[칼럼]다가올 여름이 두려운 쪽방촌 사람들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선진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특히 서울의 쪽방촌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조차 지켜지지 않는 참담한 현실이다.
서울의 한 쪽방촌을 찾으면 그 열악한 환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건물은 낡아 벽에는 금이 가 있고, 곧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허술하다.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이들의 주거지는 또 한 번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2평 남짓한 방에는 이불과 생필품이 빼곡히 쌓여 있어, 한 사람이 누워 자기에도 비좁다. 사생활은커녕 숨 쉴 공간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이들은 공용 화장실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가스버너, 세탁기를 써야 한다. 사람들이 많다 보니 불편한 일은 끊이지 않는다. 생리현상이 급할 때는 인근 공원 화장실로 달려가야 하는 경우도 잦다. 생활이 이 정도이니 ‘집’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쪽방촌은 단열이 거의 되지 않아 겨울엔 냉기로 얼어붙고, 여름엔 뜨거운 공기에 숨이 턱턱 막힌다. 선풍기를 틀어도 더위는 가시지 않아 여름이 오는 것이 두렵다고 말한다. 당장 더위에 지쳐 쓰러질까 걱정되는 현실이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 다수는 일용직 근로자이거나 실직 상태에 있다. 고정된 수입이 없다 보니 쪽방을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쉽지 않다. 쪽방촌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행정적 손길조차 닿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은 이들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제로 바뀌는 것은 거의 없다. 여전히 돼지우리보다 못한 환경 속에서 이들은 오늘도, 내일도 살아간다. 문제 해결을 미루는 사이, 수천 명의 삶은 조금씩 무너져가고 있다.
쪽방촌의 문제는 단순한 주거 문제가 아니다. 이는 복지, 노동, 인권 등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들을 위한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삶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이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쪽방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들은 매년 반복되는 혹한과 혹서를 견디며, 꿉꿉한 냄새와 불안정한 삶 속에서 고통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인 복지정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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