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에 씻겨진 마음, 괴산에서 찾은 여유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오늘은 취재차 괴산에 왔다. 이 기회에 필자의 농막에도 잠시 들렀다. 예상치 못한 폭우가 쏟아지며 도로가 흐려졌다. 시야 확보가 어려워 운전이 힘들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안전운전했다. 다행히 다른 차량들도 질서를 지키며 줄지어 지나가, 사고 없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비 오는 날은 늘 특별한 느낌을 준다.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공기가 불어오니 올 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가 한층 가볍게 느껴진다. 더운 여름을 지나면서 가을이 올까 의문을 품었지만, 어김없이 이 가을비는 찾아왔다. 마치 계절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자연의 순리에 따라 때가 되면 찾아오는 가을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가을의 시작은 언제나 내게 풍성한 느낌을 준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감돌며, 얇은 이불을 덮고 자야 할 정도로 차가워졌다. 덥고 힘든 여름을 지나, 이렇게 선선한 날씨가 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가을은 단순히 날씨만이 아니라, 마음마저 풍성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과일들이 하나둘 익어가며, 산과 들에는 오묘한 색이 퍼져나간다. 단풍이 물들면, 온 산이 마치 화가가 물감을 풀어놓은 듯 다채롭고 아름다워진다. 그 풍경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며, 벌써부터 설렘이 느껴진다.
농부들은 이제 한 해의 결실을 맺을 시간이다. 예전과는 달리 풍년이 들어도 농촌 경제는 예전만큼 활기를 띠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부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필자의 농막 주변에 심은 나무들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며, 올 때마다 그 변화가 놀랍다. 특히 고구마 순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는 모습에 흐뭇함을 느낀다. 나중에 이 고구마를 따서 먹으며, 그동안의 기억을 되새겨보고 싶은 마음이다.
오늘은 또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을 날이다. 비가 쉼없이 내리면서, 농막에서 듣는 빗소리는 도시에서 듣는 소리와는 또 다른 차분한 느낌을 준다. 산속 농막의 빗소리는 내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 소리에 모든 잡념이 씻겨 내려가고, 오직 좋은 기운만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면, 기분이 상쾌해지며 마음도 가벼워진다. 도심에서 지친 나에게 괴산의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힐링이 된다.
일과 사람들 사이에서 지치기도 하지만, 이렇게 청정한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농촌의 정취와 향기는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무언가 정화되는 기분을 준다.
오늘 하루, 괴산에서의 시간을 되돌아보며'고생했다'는 말을 자신에게 건넨다. 이제 좋은 기운을 받아, 내일은 또 다른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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