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행일: 2026-10-21 11:10 (수)
데스크칼럼

인생은 긴 트레킹, 나만의 속도와 여유를 지키며 가리라

김
김지온
131
|
|


경충일보 김지온 취재본부장.png

김지온 취재본부장

세월이 유수와 같이 빠르다더니, 요즘 들어 그 말이 실감난다. 아침에 일어나 조깅을 하고 아침을 먹으면 하루가 금세 시작된다. 출입처를 돌며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기사를 쓰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다. 시간이 손에 잡힌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떠오른다. 20대의 속도가 20km라면, 40대는 40km, 60·70대는 그 숫자만큼 속도가 붙는다는 것이다. 80대, 90대 어르신들의 삶은 어찌 보면 과속 질주에 가깝다. 경쟁사회에서 앞만 보고 살다 보니 시간까지 우리를 앞지르는 건 아닐까.

 

우리는 오랜 시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았다.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었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사람 사이의 온기는 사라졌다. 동료마저 경쟁자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진정한 우애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게 된다. 가끔은 한 템포 늦추고 뒤도 보고 옆도 보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앞만 보고 달리면 결국 지치는 건 나 자신이다. 마음의 숨을 고르는 시간, 그 여유가 삶을 바꿔 놓는다.

 

필자는 산악회에서 매달 한 번씩 트레킹을 한다. 그곳에는 한때 산을 날아다니던 어르신들이 많다. 무릎이 좋지 않아 등산 대신 트레킹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여전히 그들의 걸음에는 탄력이 있다. 오랜 시간 꾸준히 산을 찾고 걷기를 이어온 결과다.

 

트레킹을 할 때 필자는 일부러 빨리 걷지 않는다. 경쟁에서 벗어나 최소한 이 시간만큼은 나만의 속도로 걷고 싶기 때문이다. 앞만 보고 서둘러 걸으면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과 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느낄 수 없다. 천천히 걸어야 비로소 자연이 보이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셔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확 트인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조급하게 달릴 필요가 없다. 여유를 갖고 즐기며 내 속도대로 가고 싶다. 삶은 긴 트레킹과 같다. 평탄한 길도 있고 오르막도 있고, 어쩌다 돌부리에 걸릴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갔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걸었느냐이다.

트레킹을 하며 다짐한다. 내 걸음에 맞춰 걷듯, 인생도 나만의 속도와 여유를 지키며 가리라고.



저작권자 © 경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댓글

댓글을 쓰려면 로그인 또는 가입하세요.

    김지온의 다른 기사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