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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0-21 11:10 (수)
데스크칼럼

[칼럼]사람이 소가 될 수는 없다

김
김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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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온 취재본부장

청주에서 차마 믿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다. 한 농민이 이웃에 홀로 살던 70대 지적장애인을 소처럼 부려 자신의 밭을 갈게 한 것이다. 말 그대로 사람에게 쟁기를 매달아 밭을 갈게 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건은 2023년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벌어졌다. A씨는 지적장애 3급을 가진 B씨에게 자신의 밭일을 강제로 시켰고, 욕설과 폭언으로 위협하며 저항하지 못하게 했다. B씨는 홀로 살고 있었고, 그 약한 처지를 A씨는 잔인하게 이용했다.

 

밭을 가는 일은 소를 쓰거나 트랙터를 빌리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농업이 기계화된 지 오래다. 조선시대도 아닌 지금, 그것도 장애를 가진 고령자에게 소처럼 쟁기를 매달아 노동을 강요했다는 사실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피해자가 70대 고령의 장애인이었다는 점이다. 이 나이면 체력적으로도 힘든 노동을 감당하기 어렵다. A씨의 폭언과 억압 속에서 B씨가 느꼈을 공포와 무력감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사람은 누구나 존엄과 자유를 가진 존재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혼자 산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대하고 착취해도 된다는 발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장애를 가진 이웃이라면 더 보듬고 보호해야 하는 것이 사회의 책무다. 그러나 A씨는 ‘저 사람은 만만하다’는 왜곡된 인식을 행동으로 옮겼다. 이는 단순한 범죄를 넘어 명백한 인권 유린이다. B씨는 소가 아니라 사람이다.

 

청주지법은  18일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와 3년간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법적 판단은 내려졌지만, 무엇보다 먼저 갖췄어야 할 것은 법 이전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었다.

 

만약 B씨 곁에 가족이나 보호자가 있었다면, 이런 범행이 가능했을까. 우리 사회가 아직도 가장 약한 이들을 충분히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서글프다. 짐승보다 못한 행동을 사람이 저질렀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약자가 약하다는 이유로 짓밟히지 않는 사회, 장애가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는 사회, 인간의 존엄이 당연하게 지켜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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