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 같던 집에 찾아온 작은 태풍 둘

김지온 취재본부장
요즘 우리 집에는 작은 손님들이 머물고 있다. 유치원 방학을 맞은 외손자들이 놀러 왔기 때문이다. 손자는 둘인데, 모두 남자아이들이다. 큰아이는 7 살, 작은아이는 4살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하지만 남자아이 둘이 모이면 집 안은 금세 전쟁터가 된다. 방과 거실에는 장난감과 블록이 사방에 널리고, 보다 만 그림책은 방 구석에 아무렇게나 놓이기 일쑤다. 치우라고 하면 일부러 더 흩어 놓고,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하면 청개구리처럼 더 열심히 한다.
“그러다 혼난다” 하고 큰소리를 쳐도 아랑곳없다. 할아버지, 할머니 말은 애초에 들을 생각이 없는 눈치다.
그래도 큰아이는 장난만큼이나 책을 참 좋아한다. 물론 아직은 그림책이지만, 엄마가 읽어준 내용을 혼자서 그림을 떠올리며 제법 조리 있게 늘어놓는다. 매일같이 책을 접하다 보니 말도 또래보다 잘하고 표현력도 풍부하다. 가끔은 어린아이 입에서 나오기엔 제법 어려운 단어를 써서 깜짝 놀랄 때도 있다.
아이의 말과 생각을 키우는 데는 역시 독서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손자는 남자답게 또렷하게 잘생겼다. 웃을 때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물건이면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려 하니, 그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할머니는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봐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잠깐 아이를 보고 있었을 뿐인데도 몸은 금세 지쳐 있다. 아이를 키운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다 보니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망설이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아이를 키우는 수고는 물론이고 교육비를 비롯해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출산장려금을 두 배 이상 올렸다고 한다. 첫째는 500만 원, 둘째는 1,000만 원, 셋째는 1,500만 원, 넷째는 무려 3,000만 원까지 지원한다고 하니, 오죽하면 이런 제도까지 만들었을까 싶다. 이런 정책이 출산율을 얼마나 끌어올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잠시 이야기가 다른 데로 흘렀지만, 손자들이 집에 와 있는 동안만큼은 절간 같던 집에 활기가 넘친다. 사람 사는 집답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손자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재롱을 부릴 때면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손자들을 보며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도 실감한다. 이번 주 토요일이면 아이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를 볼 때는 힘들어도, 떠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 한켠이 허전해진다.
"서준아, 서진아."
앞으로도 아픈 데 없이 튼튼하게 잘 자라다오. 그것이 할아버지의 가장 간절한 바람이다. 그리고 훗날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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