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세상이라는 말, 이 노인 앞에서 무너졌다

김지온 취재 본부장
우리 사회가 점점 온정이 사라지고 각박해지고 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이웃을 향한 작은 선의는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다. 최근 경주 성건동에 거주하는 70대 A씨의 사연은 그 사실을 조용하지만 깊게 증명해 준다.
A씨는 얼마 전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30만 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그 돈은 하루하루 폐지를 주워 모은 것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4월에도 그는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해 폐지를 팔아 모은 10만 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다. 당뇨를 앓고 있는 몸으로 매일 거리로 나서 폐지를 모으며, 그는 기부를 멈추지 않았다.
사실 폐지를 하루 종일 주워도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A씨는 한 푼, 두 푼 모은 귀한 돈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임에도, 그는 받기보다 주는 삶을 선택했다.
“이 돈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난방비로 쓰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그의 말은 말보다 행동이 더 큰 울림을 준다.
요즘처럼 고물가·고환율 속에 모두가 어렵다고 말하는 시대에,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은 더욱 값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기부에는 인색한 모습이 낯설지 않은 현실에서, A씨의 선택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과연 가진 만큼 사회에 돌려주고 있는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면서도 당당히 일하며 도움을 주는 A씨의 모습은 이 사회를 지탱하는 진짜 힘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아픈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서 선행을 이어가는 그의 고운 마음에,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폐지 더미 속에서 피어난 그의 선행이 있기에, 이 사회는 아직 살 만하고 아름답다. 조용히 이웃을 밝히는 한 사람의 따뜻한 마음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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