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충북대-국립한국교통대 통합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지역 국립대학의 생존 전략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수도권 집중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지방 대학들은 더 이상 ‘현상 유지’에 머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경쟁을 넘어 존립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현실에서 통합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대학교와 국립한국교통대학교의 통합 추진이 교원과 직원의 과반 찬성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행정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비록 학생 사회에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지만, 교원과 직원이라는 두 축에서 찬성 다수가 확인됐다는 점은 단순한 찬반 결과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통합 논의가 선언적 구호를 넘어 실제 실행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충북대가 최근 교원·직원·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는 전체 80.62%의 높은 투표율이 기록됐다. 교원 80.62%, 직원은 59.67%가 찬성해 과반을 확보한 반면, 학생들은 62.79%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세 주체 가운데 두 집단에서 찬성 다수가 확인되면서 통합 추진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은 일단 확보됐다.
대학 측은 교수회, 학장협의회, 직원회, 학생대표 등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투표 결과를 “행정 절차로 넘어가는 전환점”으로 평가하며, 구체적인 통합 로드맵 마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그러나 과제 또한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구성원 간 인식 차이, 특히 학생 사회의 반대 여론은 통합 과정에서 반드시 해소해야 할 문제다. 통합 이후의 학사 구조 개편, 캠퍼스 운영 방식, 학과 조정, 구성원 권익 보장 등도 민감한 사안으로 꼽힌다. 외형적 결합에 그칠 경우 통합의 명분은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대학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엄중하다. 학령인구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재정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방 국립대학이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하기에는 환경이 녹록지 않다. 통합은 더 이상 ‘하면 좋은 선택’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대안’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번 통합 추진은 두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고등교육 지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시험대이자, 향후 국립대 통합 모델의 방향을 가늠할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성공한다면 지역 대학 재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고, 실패한다면 또 하나의 구조조정 사례로 남을 것이다.
결국 관건은 ‘속도’가 아니라 ‘설득’이다. 다수의 찬성이 확인된 만큼 행정 절차는 차질 없이 진행하되, 소수의 우려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통합의 목표가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니라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경쟁력 확보에 있다면,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실행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
지역 국립대의 미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통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충북대와 한국교통대의 선택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선례가 될지, 또 다른 갈등의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과정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결단 이후의 책임 있는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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