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공천은 신뢰의 문제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 갈등이 깊어지며 후유증이 심각하다.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컷오프된 예비후보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중앙당에 이의를 제기하고, 공정한 심사를 요구하고 있다.
공천은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특정 세력을 줄 세우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면 갈등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기준 또한 명확해야 한다. 고무줄 잣대처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이 적용된다면 후보들의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세종시의 한 A 의원 사례는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공천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A 의원은 당의 지침에 따라 올해 4월 초 보유 주택을 모두 처분한 상태였다. 당의 기준을 성실히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탈락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공천 기준이 일관되지 않게 적용됐다는 점이다. A 의원에 따르면, 세종시 내 다른 후보와 충청권 일부 현직 의원들은 여전히 다주택 상태임에도 공천을 통과한 사례가 확인됐다. 동일한 기준 아래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같은 잣대라면 결과도 같아야 한다. 당의 지침을 믿고 따랐던 후보가 불이익을 받고, 그렇지 않은 후보가 경선에 진출한다면 누가 이를 공정하다고 받아들이겠는가. 이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공천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공천에서 탈락하더라도 과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면 당사자는 결과를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준이 들쭉날쭉하고,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된다면 반발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공천 기준은 어디서나 동일해야 한다. ‘여기서는 이 기준, 저기서는 저 기준’이라는 식의 고무줄 잣대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혼란을 잠재우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재심사를 통한 공정한 기회 보장이 필요하다.
공천은 단순히 후보를 선발하는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정당의 정체성과 공정성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공정한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억울한 탈락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형평성 있는 재검증이다. 그것이 무너진 신뢰를 되돌리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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