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자반이와 함께한 산책 시간
김지온 취재본부장
모처럼 저녁을 먹고 조용한 시골길로 산책을 나섰다.늘 걷던 길이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사랑하는 자반이가 곁에 있어서였을까.
해가 지고 난 뒤의 공기는 은은하게 따뜻했고, 걷기에는 더없이 알맞았다. 길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벚나무들은 계절의 흐름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눈처럼 하얗게 피어 있던 꽃들이 이제는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고, 그 사이로 연둣빛 잎들이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비록 한창때의 풍성함은 아니었지만, 아직 남아 있는 꽃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괜히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은은한 꽃향기가 퍼졌고, 그 향기는 자연스럽게 마음까지 부드럽게 물들였다.
계절은 언제나 말없이 찾아온다. 엊그제까지 겨울의 차가움이 남아 있는 듯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봄이 깊어졌다. 모든 것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변해가는 모습이 새삼 놀랍고도 신비롭게 느껴졌다.
자반이와 나란히 걷다가, 문득 장난스레 달리기 시합을 해보기도 했다. 두 돌이 지난 자반이는 작은 몸집이지만 누구보다 재빠르다. 어느새 앞서 달려가더니, 뒤를 돌아보며 나를 기다리는 모습에는 여유마저 느껴진다.
말은 하지 못해도, 자반이는 내 마음을 잘 아는 듯하다. 내 말귀를 알아듣고, 때로는 장난을 치며, 어린아이처럼 애교를 부린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반갑게 달려와 꼬리를 흔들고, 두 발로 폴짝 뛰어 안기는 모습에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풀린다.
자반이가 있기에 집 안에는 늘 따뜻한 기운이 흐른다. 그가 없었다면 이 공간은 지금보다 훨씬 조용하고 쓸쓸했을 것이다. 때로는 손자들보다 더 정이 가고, 더 깊이 마음이 쓰인다.
밤이 되면 내 곁에 조용히 다가와 몸을 붙이고 잠든다. 그 작은 온기가 참 포근하게 느껴진다.그래서 자반이와 함께하는 산책은 언제나 특별하다.
같이 걷고, 함께 뛰며 보내는 이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다.오늘의 산책도 그렇게, 잔잔한 행복으로 마음에 남았다.
내일은 또 어떤 따뜻한 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작은 기대를 품은 채,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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