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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0-21 11:10 (수)
데스크칼럼

폭우에도 잘 견뎌줘서 고맙다

김
김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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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충일보 김지온 취재본부장.png

김지온 취재본부장

세종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지난 28일에는 시간당 최대 50㎜에 달하는 강한 비가 쏟아졌다. 이 비로 일부 시설물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고, 특히 필자의 사무실이 있는 연동면에는 2시간 30여 분 동안 무려 96.5㎜의 비가 내렸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고 농경지가 침수되기도 했다.

 

세종시 출범 이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린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필자는 늘 걱정이 된다. 괴산 밭에 심어놓은 나무들이 혹시 비바람에 쓰러지거나 떠내려가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날 차를 몰고 괴산으로 향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가는 도중 빗방울이 차 유리창에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

 

운전하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안전을 위해 속도를 줄이고 서행했다. 운전하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차는 어느덧 괴산 읍내에 도착했다. 그런데 읍내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있었다. 한 마트에 들러 필요한 장을 본 뒤, 농막이 있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읍내에서 농막까지는 차로 20분 정도 거리다.

 

농막 인근에 이르자 고지대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도로로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전날 이곳에도 적지 않은 비가 내렸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혹시 밭에 심어놓은 나무들이 떠내려간 것은 아닐까?’

농막에 도착하기 전까지 내심 걱정이 됐다.

 

도로 양쪽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지난주에 예초기로 풀을 베어냈는데도 그사이 또 자란 것이다. 거름 한 번 주지 않았는데도 잡초는 왜 이렇게 잘 자라는지, 한편으로는 야속한 생각마저 들었다.

 

마침내 농막에 도착했다.

 

차를 세우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뒤 밭 주변부터 살폈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약간의 흙이 쓸려 내려간 것 외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농막에 오기 전까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와서 직접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필자의 농막은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비가 많이 내릴 때면 혹시 토사가 밀려 내려오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농막을 지은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까지 큰 피해를 입은 적은 없다. 지리적인 위치가 좋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나무들이 모두 무사했다는 것이다. 밭 가장자리에 심어놓은 들깨도 빗물에 쓰러지지 않고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말했다.

“많은 비에도 잘 견뎌주고 이렇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나무와 들깨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함께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작은 묘목에 불과했던 나무들이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농막에 찾아오는 보람을 느낀다.

 

한동안 밭을 둘러본 뒤 잡초를 뽑고 농막 주변을 정리했다. 이것저것 손을 보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 있었다.

농막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밭에 남겨둔 나무들이 다음 주에도 꼭 다시 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다음 주에 또 올게.’

 

그렇게 마음속으로 대답하고 농막을 나섰다.

걱정으로 시작했던 하루였지만, 무사한 나무와 들깨를 확인하고 나니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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