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공주대·충남대 통합, 갈등보다 대화와 설득이 먼저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국립공주대와 충남대의 통합이 충청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쪽에서는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발전을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지역 정체성 상실과 지역경제 위축 등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합이 이루어지든 무산되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과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성숙한 논의와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충남도민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공주대와 충남대의 통합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최근 실시한 ‘국립공주대-충남대 통합 관련 지역주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양 대학의 통합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1.0%로 나타난 반면, 반대 의견은 22.8%에 그쳤다.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통합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지역 인재의 외부 유출을 막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대학 규모 확대를 통한 연구 및 교육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들고 있다. 특히 상당수 응답자는 공주대와 충남대의 통합이 충남 전체의 지역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통합에 반대하는 측의 우려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대학 통합으로 공주지역 대학의 정체성이 약화되거나 사라질 수 있고, 학생과 교직원, 관련 기관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공주시민들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이며, 통합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최근 공주대와 충남대 통합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일부 통합반대위원회 관계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 행사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는 점이다. 양 대학 총장을 비롯해 공주시장과 시의장 등이 참석한 중요한 논의의 자리였던 만큼 더욱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통합에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생각과 의견의 차이는 민주사회에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통합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통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우려를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제시한다면 얼마든지 논쟁하고 반박할 수 있다. 그것이 민주적인 의사표현의 방식이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고성을 지르고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과격한 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이는 단순히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주시민 전체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지역사회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극단적인 행동은 통합 반대의 정당한 명분마저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통합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공주라는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와 대학 통합이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만한 주장이다. 따라서 통합을 추진하는 측은 반대 목소리를 단순히 ‘통합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요구하는지부터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동시에 왜 지금 대학 통합이 논의될 수밖에 없는지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간 경쟁 심화로 지방대학이 처한 현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문을 닫은 대학이 적지 않고, 앞으로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지방대학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과거처럼 각 대학이 홀로 경쟁력을 확보하며 살아남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 간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통합의 필요성만 강조해서도 안 된다. 통합 이후 공주지역의 대학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지역경제에 미칠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공주지역에 어떤 교육·연구 기능을 남기고 발전시킬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실질적인 보완책 없이 통합의 당위성만 주장한다면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에서 충남도민의 다수가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소수의 반대 의견을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된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그 우려를 해소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주대와 충남대의 통합 문제는 찬성과 반대의 숫자만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지역의 미래와 대학의 생존, 교육 경쟁력, 지역경제, 그리고 공주의 정체성까지 함께 놓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다.
찬성 측은 통합의 명분과 기대효과를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반대 측 역시 감정적인 행동보다는 합리적인 논리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서로의 주장을 존중하면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주대와 충남대의 통합이 충남과 공주의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와 소통을 통해 최선의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공주시민 대다수가 통합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통합 논의가 시민들의 뜻을 바탕으로 지혜롭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 역시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통합의 명분을 앞세우기보다 통합 이후 무엇이 달라지고, 공주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줄 때 비로소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공주대와 충남대의 통합이 갈등과 대립의 불씨가 아니라, 충남과 공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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