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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0-21 11:10 (수)
기자수첩

손자들이 오면 10분은 행복하다… 그다음부터는 ‘전쟁’

김
김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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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충일보 김지온 취재본부장.png

김지온 취재본부장

딸과 사위는 쉬는 날이면 자주 우리 집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딸은 아이들의 극성에 휴일에도 편히 쉬지 못한다고 한다. 집에 있으면 같이 놀아 달라고 조르고, 답답하다 싶으면 밖에 나가자며 졸라댄다고 한다.

 

여자아이들과 달리 남자아이들이라 그런지 노는 것도 과격하고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만화를 보다가 싫증이 나면 블록을 갖고 놀고, 그것마저 여의치 않으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온 집안을 누빈다. 소파에 올라가 방방 뛰듯 놀다가 넘어져 울기도 한다.

 

위험하니 그만하라고 타일러도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신이 나서 논다.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더 하는, 영락없는 청개구리다. 아이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말을 더 안 듣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우리 집에 손자들이 오면 처음 10분 정도는 반갑고 즐겁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무슨 사고를 칠지 몰라 늘 불안하고 신경이 곤두선다. 아이들에게서 한시도 시선을 뗄 수 없다.

 

아무리 잘 보살피려고 해도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 주말에도 밖에서 놀다가 작은아이가 넘어져 오른쪽 눈 주위가 긁혀 피가 났다. 아이는 엉엉 울며 엄마를 찾았다.

 

아이들을 열 번 잘 봐주다가도 한 번 잘못하면 할머니들은 원망을 듣기 십상이다. 힘들게 아이들을 돌봐준 보람이 한순간에 허무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아이들이니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이것을 해달라, 저것을 해달라며 주문도 많다. 자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고집을 부리고 청개구리처럼 행동한다. 귀엽다가도 그럴 때면 한편으로는 미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놀다 보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금세 지친다. 하지만 아이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힘든 줄도 모르고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뛰어논다. 한마디로 에너지가 넘친다. 신나게 오래 놀고도 좀처럼 지칠 줄을 모른다.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겠지만, 조금만 더 크면 좀 얌전해지지 않을까 싶다. 작은아이는 다섯 살, 큰아이는 여덟 살이다. 한창 손이 많이 가고 마음껏 뛰어놀고 싶은 나이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두 아이는 사이좋게 잘 놀다가도 장난감을 가지고 싸우기도 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서로 치고받으며 싸우기도 한다. 정말 못 말리는 손자들이다.

 

그런데 한적하던 집안에 손자들이 찾아오면 어느새 활기가 넘친다. 조용하던 집이 사람 사는 집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떠들고 뛰어놀 때면 정신이 없고 적응이 안 될 때도 있지만, 그 모습이 싫지만은 않다.

 

물론 속으로는 아이들이 빨리 집에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이 돌아가고 나면 집 안은 엉망이 되어 있다. 장난감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종이로 만든 딱지와 종이비행기도 구석구석 처박혀 있다.

 

할머니는 아이들이 가고 나면 청소하느라 또 한바탕 바쁘다. 지저분했던 자리가 하나둘씩 정리되고 다시 깔끔해지면 내 마음도 한결 후련해진다.

 

손자들과의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난 뒤 잠시 쉬는 휴식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렇게 힘들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면, 아이들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손자들이 돌아가고 나면 또 아이들이 보고 싶고 다음 만남이 기다려진다.

 

힘들고 지치면서도 다시 기다려지는 것, 아마도 그것이 손자들이 주는 특별한 기쁨이고 사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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