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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0-21 11:10 (수)
오피니언

[데스크칼럼]사과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김
김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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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온 취재본부장

정치인이든 고위 공직자든 말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가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상대의 사기를 꺾고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으며, 때로는 한 사람의 삶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만큼 말에는 무게가 따른다. 특히 공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발언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


최근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이른바 ‘소방 빨대’ 발언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추 지사는 지난 17일 부천 공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소방관의 빈소를 찾아 자신의 소방 예산 관련 ‘빨대’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의 방식과 표현을 두고는 아쉬움이 남는다.


추 지사는 사과와 관련해 “사과를 바라시니까 사과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발언의 전체 맥락과 취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 표현만 놓고 보면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할 여지가 있다. 사과를 요구받았기 때문에 마지못해 사과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의 상처를 헤아리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자신의 의도를 해명하거나 오해를 바로잡는 일도 필요할 수 있지만, 사과하는 자리에서는 무엇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태도가 중요하다. 불필요한 설명이나 해명이 덧붙으면 사과의 본뜻이 흐려질 수 있다.


추 지사는 ‘소방 빨대’ 발언이 소방 예산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소방 분야에 더 많은 지원을 해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표현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실제로 본인의 의도와 달리 발언이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입장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의도와 관계없이 발언으로 상처를 입거나 불쾌감을 느낀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먼저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왕 사과를 하기로 했다면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기에 앞서 유감과 사과의 뜻을 분명하게 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면 이번 사과가 순직 소방관의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들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렸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과의 진정성은 말의 형식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당사자들이 느낀 상처를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후속 조치로 책임을 보여줄 때 비로소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지사는 순직 소방관의 빈소에서 소방 인력 증원을 위한 국비 보조 요청과 소방관 처우 개선 문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인 만큼, 늦게나마 이러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의미가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발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정책과 예산으로 이어지느냐는 점이다.


한편 경기도가 최근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순직 소방관 추모 행사비 1억 원을 전액 삭감하고 소방차량 관련 예산도 줄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이 사실이라면, 관련 예산의 삭감 배경과 구체적인 사유를 도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예산은 한정된 재원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문제이므로 삭감 여부만으로 정책의 의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소방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관련 예산이 줄었다면, 도민들이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을 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소방 관련 예산을 두고 ‘재정 빨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그 표현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경기도의 재정 부담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는지, 예산 배분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려는 것이었는지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더라도 도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소방 예산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경기도가 소방 예산을 둘러싸고 재정 부담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중앙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방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 수요에 대해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발언의 취지와 예산 편성의 방향, 중앙정부에 대한 지원 요청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기 어렵다. 특히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의 발언은 개인의 생각을 넘어 정책의 방향과 공적 책임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상황에 따라 표현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그 변화가 원칙 없는 말 바꾸기로 비치지 않도록 일관성과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


경기도청으로 ‘빨대가 향했다’는 식의 풍자까지 등장한 것은 이번 발언이 그만큼 논란을 일으켰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 풍자가 던지는 메시지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표현을 둘러싼 공방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방 예산과 인력, 장비, 처우 개선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다.


순직 소방관의 희생 앞에서 필요한 것은 말뿐인 위로나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설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이 함께해야 한다. 정치인의 말은 신중해야 하며, 그 말에 담긴 약속은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것이 순직 소방관과 유가족에 대한 예의이자, 도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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