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 폭염에 선풍기마저 허락되지 않는 사회”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연일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살인적인 가마솥 더위가 한반도를 휘감고 있는 가운데,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공사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까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 부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경비원이 경비실에서 선풍기를 켰다는 이유로 일부 입주민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을 미쳤나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엘리베이터 안에 부착된 호소문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그 호소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경비실에 에어컨도 없습니다. 더운 날씨에 선풍기 좀 튼다고 치우라는 주민이 계십니다. 경비원이 근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어 주세요.”
얼마나 참담했으면 이런 글을 붙였을까요. 경비원도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입주민의 행태는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났습니다. 만약 그 입주민의 가족이 경비 업무를 하고 있었다면, 과연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 체감온도는 40도를 넘나듭니다. 그런 날씨에 경비원이 잠시 선풍기 바람을 쐰 것이 공공요금이 아깝다는 이유로 문제 삼는 일—과연 이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의 민낯이어야 합니까?
에어컨 설치는 못 해준다 하더라도, 선풍기조차 못 쓰게 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입니다. 경비원들은 단순히 아파트를 지키는 일만 하지 않습니다. 잡초 제거, 청소, 각종 관리 업무 등 아파트가 쾌적하고 안전하도록 묵묵히 일하는 분들입니다.
한 입주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 아파트 경비원들은 연로하신 분들이지만 정말 열심히 일하십니다. 가만히 앉아서 바람만 쐬는 분들이 아닙니다. 숨 막히는 공간에서 선풍기 바람이라도 쐬겠다는 게 그렇게 문제입니까?”
경비원에 대한 갑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갑을관계’라는 오래된 사회의 병폐가 여전히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힘없는 이들을 향한 무시와 조롱은 더 이상 묵과되어서는 안 됩니다.
경비원이 있기에 우리의 아파트는 깨끗하고 안전하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단 몇 명의 몰지각한 입주민 때문에 선량한 다른 주민들까지 욕을 먹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경비원도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사람답게 일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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