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긴장 사이, 초등학생이 된 손자”
김지온 취재본부장
오늘은 내 인생에서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날이다.
작고 여리기만 하던 손자가 어느새 책가방을 메고 초등학교 교문 앞에 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손가락 하나를 꼭 붙잡고 종종걸음으로 걷던 아이였다. 넘어질까 봐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걷던 그 아이가 이제는 제법 의젓한 얼굴로 학교라는 새로운 세상 앞에 서 있다.
아침부터 괜히 마음이 분주했다.
손자는 새로 산 가방을 몇 번이나 메어 보며 거울 앞을 서성였다. “할아버지, 나 멋있지?” 하고 묻는 그 눈빛에는 설렘과 긴장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나는 웃으며 “우리 손자, 아주 멋진 초등학생이네.” 하고 말했지만, 사실은 가슴 한켠이 뭉클했다.
교문 앞에 도착했을 때, 손자의 발걸음이 잠시 멈추었다. 아이들 웃음소리, 부모들의 분주한 발걸음, 낯선 교정의 풍경…. 그 모든 것이 아이에게는 새로운 세상이었을 것이다. 손자의 작은 손이 내 손을 잠시 더 꽉 잡았다. 그 따뜻한 체온이 아직도 손바닥에 남아 있는 듯하다.
유치원에 다닐 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선생님이 옆에서 하나하나 챙겨 주고, 신발 끈도 매어 주고, 밥도 먹여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옷을 혼자 입고, 준비물을 챙기고,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며, 규칙을 지켜야 한다. 나는 문득 ‘이제 정말 아이가 한 단계 더 자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자는 활달한 성격이라 친구들과도 금세 어울릴 것이다. 그래도 할아버지 마음은 그렇지 않다. 혹시 친구와 다투지는 않을지, 수업 시간에 긴장하지는 않을지, 혼자 화장실 가는 길이 낯설지는 않을지 별의별 걱정이 다 앞선다. 세월을 오래 산 사람이라 그런지, 기쁨보다 걱정이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교문을 들어서며 손자가 뒤돌아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표정에는 두려움보다 기대가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아이는 이미 자기만의 세상을 향해 걸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그저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는 사람이다.
손자가 넘어질 때 일으켜 세워 주고, 울 때는 등을 토닥여 주며, 기쁠 때는 누구보다 크게 박수쳐 주는 사람. 그것이면 충분하다.
오늘의 이 작은 발걸음이 훗날 손자의 인생을 단단히 받쳐 줄 초석이 되리라 믿는다. 학교에서 배우는 글자와 숫자뿐 아니라, 친구를 이해하는 마음, 약속을 지키는 책임감, 스스로 해내는 자신감을 배우게 되기를 바란다.
세월은 참 빠르다.
내가 아버지로서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가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어 손자의 손을 잡고 서 있다. 인생은 이렇게 이어지고, 사랑은 세대를 건너 전해진다.
서준아,
오늘의 설렘을 오래 기억하렴. 혹 힘들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네 뒤에는 늘 할아버지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나는 언제나 네 편이고, 언제나 네가 자랑스럽다.
교문을 들어서던 그 작은 뒷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커 보였다.
아이는 자라고, 나는 또 한 번 삶의 깊이를 배운다.
오늘, 우리 손자의 새로운 시작을 마음 깊이 축하한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한다.
건강하게, 바르게,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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