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중동 전쟁보다 무서운 국내 유가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요즘 주유소 기름값이 어디까지 오를지 모를 정도로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의 여파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며 촉발된 긴장 속에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그 여파가 국내 기름값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내 유가는 국제유가 변동 이후 약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국내 주유소 가격이 곧바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충북 지역의 경우 평균 휘발유 가격이 ℓ당 1818.9원으로 하루 사이 41.95원이나 급등했다. 휘발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2023년 10월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일부 주유소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과 같거나 오히려 더 비싼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유가 급등은 중동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에 즉각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보다 더 빠르게 국내 가격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차 없이 가격이 치솟으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훨씬 더 커지고 있다.
유가 폭등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바가지요금” 가능성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특히 “국민 경제의 혼란을 틈타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가격 동향을 살펴 필요할 경우 고시를 통해 최고가를 지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이 발생하면 국제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주유업계가 앞서서 과도하게 가격을 올렸다면 이는 단순한 시장 반응이 아니라 폭리에 가깝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름값까지 급등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서민들이다.
물류비 상승은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미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 경제 주체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국제 정세에 따라 유가가 크게 오르내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하는 현상은 매우 드문 일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정상화됐다.
이번 유가 급등의 배경에는 정유사의 공급 가격 역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쟁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서두르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이익만을 앞세운 행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 역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제도적 장치를 통해 유가 안정을 유도해야 한다.
전쟁의 불똥이 서민 경제까지 태우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책임 있는 자세와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느끼는 기름값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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