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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0-21 11:10 (수)
기자수첩

[에세이]황무지에서 쉼터가 완성되기까지

김
김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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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충일보 김지온 취재본부장.png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충북 괴산 산막이 옛길 인근에 농막을 지은 지도 벌써 2년이 되었다. 엊그제 같은데도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는 사실에 새삼 세월의 빠름을 느낀다.

 

농막을 짓기 전, 이곳은 경사가 심한 밭이었다. 처음에는 과연 이곳에 농막을 지을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아 한동안 고민이 이어졌다. 며칠을 망설인 끝에 아내와 상의했고, 결국 짓는 방향으로 마음을 정했다.

 

경사진 밭은 장비를 동원해 흙을 깎아 평탄하게 만들었고, 장마에 대비해 석축도 쌓았다. 황무지 같던 땅이 장비의 손길을 거치자 말끔히 정리되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이후 업자를 통해 지하수를 개발했다. 완전히 안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산속의 청정수라 그런지 물맛이 유난히 좋고 시원했다. 한 모금만 마셔도 갈증이 풀리고 몸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하수 문제가 해결된 뒤에는 농막 시공업자를 선정해 기초를 다지고, 설계도에 따라 공사가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25일이면 끝날 것이라 했지만, 장마철과 겹치면서 공사는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비가 오면 작업이 중단되었고, 그만큼 공사도 지연되었다. 답답하기도 했고, 예상보다 공사비가 더 들어가는 상황도 생겼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나의 착각이었다.

 

전기를 끌어오는 일부터 각종 행정 절차까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이 이어졌다. 몸으로 부딪히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몰랐던 것들을 배우게 되었고, 여러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 세상일이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농막을 지으며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공사 과정에서 마음고생도 있었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금은 농막 주변이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휑하던 공간에는 에메랄드그린, 소나무, 화살나무 등 다양한 조경수를 심었다. 지금은 그 나무들이 몰라보게 자라 울타리 역할을 하며 경관까지 살려주고 있다.

 

주말마다 찾아갈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무언가 하나씩 균형을 찾아가는 느낌이 든다. 다만 처음 심었던 나무들이 이유 없이 죽어갈 때는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기도 했다. 그 자리는 다시 정성을 들여 새로 나무를 심었고, 그 이후로는 다행히 모든 나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볼 때마다 싱그럽고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농막에 다녀오면 이상하게도 다음 주가 기다려진다. 그곳에서는 머리가 맑아지고, 일상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풀리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에는 멍하니 주변 풍경과 냇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고 심신이 안정된다. 매미 소리와 벌레 소리조차 이곳에서는 자연의 일부로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곳을 더 자주 찾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농막까지의 길이 포장되었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이면 미끄러워 차로 올라가기조차 힘들었던 비포장 경사길은 늘 부담이었고, 때로는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이제는 그 길이 포장되면서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거칠었던 길이 하나의 추억으로 남고, 새로 단장된 길은 주변 풍경을 더욱 깔끔하게 만들어준다.

 

이곳은 지친 마음과 쌓인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다시 기운을 채우는 공간이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나만의 작은 쉼터가 현실이 되어 주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은퇴 후 시골에 세컨하우스를 갖는 것이 많은 이들의 로망이라고 한다. 그 로망을 조금은 일찍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괴산의 농막에서 인생의 또 다른 행복을 찾아가며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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