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팬들의 분노로 가득 찬 인천국제공항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뒤 귀국한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그리고 선수단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과거 같으면 환영 인파로 가득했을 공항 입국장은 이날 환호 대신 고성과 야유, 분노의 목소리로 뒤덮였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표정에서도 실망과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축구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 스포츠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이후 국민들이 등을 돌린 이유는 단순히 패배 때문만은 아니다. 납득하기 어려웠던 대한축구협회의 결정과 책임을 둘러싼 미흡한 해명, 그리고 축구계에 오랫동안 자리 잡아 온 폐쇄적인 카르텔에 대한 불신이 팬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입국하는 순간 팬들은 "한국 축구에서 물러나라", "20억 원을 토해내라", "부끄러운 줄 알라" 등의 거친 구호를 외치며 분노를 쏟아냈다. 입국장은 한순간 아수라장이 되었고, 팬들의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축구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스포츠다. 모든 경기를 승리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팬들이 실망한 이유는 결과 이전에 경기 내용 때문이었다.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대표팀은 90분 내내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고, 감독의 전략과 전술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몇 차례 위협적인 슈팅이 있었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번번이 골문을 벗어났고, 경기의 흐름을 바꿀 만한 전술적 변화도 부족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지혜로운 전략과 과감한 용병술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 손흥민 선수를 초반부터 활용하지 않은 점과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있음에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한 점은 감독의 가장 큰 판단 미스였다. 이러한 모습은 감독의 지도력과 자질에 대한 의문을 낳기에 충분했다.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모두 감독 한 사람에게 돌릴 수는 없겠지만, 경기 운영과 전술 실패에 대한 책임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감독은 결과에 가장 큰 책임을 지는 자리이며, 이번 대회의 부진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한국 축구는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과거의 방식에 안주하거나 특정 집단 중심의 카르텔이 유지되는 한 한국 축구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 축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데 우리만 제자리에 머문다면 세계의 높은 벽을 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 홍명보 감독의 귀국 현장에서 팬들의 감정이 폭발한 것은 한 개인만을 향한 분노라기보다 한국 축구를 둘러싼 오랜 불신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결과라고 보는 것이 맞다. 대한축구협회와 축구계는 이러한 국민의 목소리를 단순한 비난으로 치부하거나 변명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왜 이토록 실망했고 분노했는지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책임 있는 자세와 실질적인 변화로 답해야 한다.
이번 일을 한국 축구가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팬들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말이 아닌 변화가 필요하다. 다시는 국민들에게 같은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 한국 축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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