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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0-21 11:10 (수)
기자수첩

[세종로]청국장 한 그릇이 가르쳐준 사람 보는 법

김
김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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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충일보 김지온 취재본부장.png

김지온 취재본부장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볼까. 아마도 많은 사람이 얼굴과 표정, 체격과 옷차림 같은 외모를 먼저 살필 것이다. 첫인상은 대개 눈에 보이는 모습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첫인상이 때로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매부리코를 가진 사람을 보면 성격이 까다로울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곱상한 얼굴에 훤칠한 키를 가진 사람을 보면 ‘기생오라비처럼 생겼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덩치가 크고 목소리가 굵으면 왠지 성격도 호탕하고 듬직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하면, 체격이 작고 얼굴이 순하게 생긴 사람은 야무지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가지 않는다.

 

겉모습과 달리 성격이 전혀 다른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험악한 인상을 하고도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곱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졌지만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덩치가 크고 목소리는 우렁차지만 정작 책임져야 할 일 앞에서는 작아지는 사람도 있고, 체격은 작고 여성스러운 인상을 주지만 누구보다 당차고 추진력 있게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사람을 제대로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외모가 사회생활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깔끔하고 좋은 인상은 상대에게 호감을 주고, 처음 관계를 맺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첫 만남에서의 이야기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면 얼굴에 보이지 않던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인물값을 못한다”, “인물이 아깝다”, “덩치값도 못한다”라는 말을 한다. 겉모습과 행동이 어울리지 않을 때 나오는 말이다. 결국 사람의 가치는 얼굴이나 체격이 아니라 그에 걸맞은 말과 행동,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결정된다는 뜻일 것이다.

 

얼마 전 지인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한 백반집을 찾았다.

식당에 들어서자 중년쯤 되어 보이는 여주인이 환한 표정으로 우리를 맞았다. 체격이 제법 큰 분이었고 첫인상은 다소 투박해 보였다. 그런데 손님을 맞는 말투에는 정겨움과 배려가 묻어 있었다.

 

“손님, 날씨가 많이 덥지요?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았으니 금방 시원해지실 거예요.”

별것 아닌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식당을 찾은 손님을 먼저 걱정해주는 그 한마디가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무엇을 먹을까 잠시 고민했다. 날씨는 무더웠지만 구수한 청국장이 먹고 싶어 그것을 주문했다. 지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음식이 차려졌다. 정갈하게 놓인 반찬들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팔팔 끓는 청국장을 한 숟가락 떠 입안에 넣었다.

순간 어린 시절 시골에서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청국장이 떠올랐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구수하고 깊은 맛이었다. 한 숟가락만으로도 음식에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장의 음식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음식만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투박해 보였던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의 내면에는 따뜻함이 있었고, 성격 또한 둥글둥글하고 편안했다. 손님을 대하는 말 한마디, 음식을 내놓는 손길 하나하나에서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음식 맛이 더욱 좋아졌다.

 

같은 음식이라도 누가, 어떤 마음으로 만들고 손님에게 어떻게 내놓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그날 다시 느꼈다. 청국장 한 그릇을 먹었을 뿐인데 배만 부른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식당을 나서면서 문득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사람을 외모로 판단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얼굴이 어떻다는 이유로, 체격이 어떻다는 이유로, 첫인상이 어떻다는 이유로 상대를 미리 판단한 적은 없었는지 생각하게 됐다.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책의 표지만 보고 내용을 모두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표지가 아무리 화려해도 내용이 빈약할 수 있고, 겉으로 평범해 보여도 오래 곁에 두고 읽을수록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얼굴은 처음 만났을 때 잠깐 보여주는 모습이지만, 사람의 진짜 품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말과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어려운 사람을 대하는 태도,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자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여주는 행동이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말해준다.

 

그러니 이제는 사람을 볼 때 조금 천천히 바라보았으면 한다.

눈에 보이는 외모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행동을 지켜보고, 마음의 중심을 살펴보는 것이다. 첫인상은 얼굴이 만들지만, 그 사람에 대한 마지막 인상은 결국 마음과 행동이 만든다.

 

그날 먹었던 청국장 한 그릇은 내게 사람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기준을 가르쳐주었다. 사람의 진짜 모습은 얼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 속에 있다는 것.

 

나부터 외모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고 사람의 중심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야겠다. 겉모습보다 내면을 귀하게 여기고, 판단하기보다 이해하려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갖추어야 할 진정한 성숙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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