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에 만난 푸짐한 밥상…점심 한 끼가 행복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점심시간이 되면 늘 고민이 된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때로는 밥 한 끼 챙겨 먹는 것조차 고역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요즘처럼 날씨가 무더울 때는 더욱 그렇다. 입맛도 떨어지고 시원한 것만 찾게 되니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반갑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시청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데 동료 기자가 찾아왔다. 그는 시간이 되면 점심이나 함께하자고 했다. 특별한 약속이 없던 터라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우리는 시청 인근에 있는 한 백반집을 찾았다. 점심시간이라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어렵게 한쪽 자리를 잡고 앉자 잠시 후 종업원이 다가와 무엇을 주문할 것인지 물었다. 우리는 생선과 돼지두루치기가 함께 나오는 메뉴를 주문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음식이 하나둘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을 보는 순간 입맛이 돌았다. 곧이어 생선과 돼지두루치기도 나왔는데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따뜻한 쌀밥에 돼지두루치기 한 점을 올려 입안에 넣었다. 씹히는 식감이 좋았고 간도 적당해 입에 잘 맞았다. 상추에 밥과 고기를 싸서 먹으니 또 다른 맛이 느껴졌다. 처음 찾은 식당이었지만 음식과 반찬이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어 만족스러웠다.
요즘은 인건비와 재료비, 임대료 등이 오르면서 예전보다 음식이 부실해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반찬 가짓수가 줄거나 음식의 양이 적어지는 식당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재료를 아끼지 않은 듯 음식이 넉넉했고,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계란찜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흔하게 먹는 음식이지만 이날따라 유난히 맛있게 느껴졌다. 문득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계란은 지금처럼 흔한 음식이 아니었다. 형편이 괜찮은 친구들이나 도시락 반찬으로 계란을 싸 오는 경우가 많았다. 계란후라이나 계란찜은 당시만 해도 제법 귀한 음식에 속했다. 지금은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이 됐지만, 이날 먹은 계란찜에서는 오래전 학창 시절의 기억과 함께 묘한 정겨움이 느껴졌다.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가서인지 식사를 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함께한 동료 기자 역시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렇게 음식이 푸짐하게 나오는 식당은 오랜만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종업원도 싹싹하고 친절해 식사하는 즐거움을 더해줬다.
시청 주변을 둘러보면 늘 손님들로 북적이는 식당이 몇 곳 있다. 어떤 식당은 대기표를 받아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다. 기다리는 일이 때로는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기꺼이 그 수고를 감수한다.
잘되는 식당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음식이 맛있는 것은 물론이고 친절하며, 식당이 깨끗하고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 무엇보다 손님이 만족할 만큼 음식을 넉넉하게 내놓는다. 맛있는 집이라면 거리가 조금 멀더라도 사람들이 찾아갈 수밖에 없다.
모처럼 맛있는 식당에서 동료와 함께한 점심 한 끼는 참 만족스러웠다. 별것 아닌 한 끼 식사였지만 정성스럽게 차려진 음식과 따뜻한 밥 한 그릇이 하루의 기분까지 바꿔놓았다.
식사를 마치고 시청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오늘 참 잘 먹었다’는 생각에 마음까지 든든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꼭 거창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정성스럽게 차려진 따뜻한 밥 한 끼, 그리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 한 명이면 충분할 때도 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이 식당을 다시 찾고 싶다. 맛있는 음식과 정성이 있는 곳이라면, 조금 기다리더라도 다시 찾아갈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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