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충남·대전 통합, 감정 아닌 해법으로 풀어야
김지온 취재본부장
김태흠 충남지사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밝히며 더불어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로 통합이 무산됐다며 맞섰다. 서로가 “네 탓”이라 외치는 사이, 정작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행정통합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두고 얼굴을 맞대기보다 말로 치고받는 모습은 주민들에게 피로감만 안기고 있다. 지방 정치권은 삭발과 단식, 연좌 농성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서며 극한 대립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통합의 내용과 절차를 두고 이견이 있다면 협상과 조율로 풀어야 할 일이지, 감정싸움으로 번질 사안은 아니다.
김 지사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수 있었음에도 각종 정치적 퍼포먼스만 이어가고 있다”며 “재정과 권한이 빠진 법안으로 도민을 속여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이 주장하는 ‘20조 원 지원’에 대해서도 “총리의 발언 외에 법안에 명시된 바가 없고, 재원 조달과 교부 방식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주장이 엇갈릴수록 혼란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된다. 20조 원이 실체 있는 약속인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지조차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통합이 가져올 재정 효과와 권한 이양 범위, 행정 효율성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 없이 구호만 난무한다면 논의는 공전을 거듭할 뿐이다.
행정통합은 지역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선택이다. 속도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졸속 추진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이견은 대화를 통해 조정해야 한다. 내 주장만 옳다고 외친다고 해서 통합이 성사되지는 않는다.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이든, 견제 역할을 자임하는 야당이든, 지금 필요한 것은 역지사지의 자세다. 상대의 논리를 경청하고,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계산이 앞선다면 통합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김태흠 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행정통합 논의에 시동을 건 이상, 논의의 불씨를 꺼뜨려서는 안 된다. 다만 ‘밀어붙이기’식 접근도, ‘무조건 반대’도 답이 아니다. 재정과 권한 이양이 포함된 실질적 통합 방안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뺄 것은 빼고, 넣을 것은 넣는 유연한 협상만이 해법이다. 감정을 앞세운 대립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기준에 둔 냉정한 논의가 필요하다.
행정통합의 성패는 정치권의 체면이 아니라 주민의 미래에 달려 있다. 이제는 ‘네 탓’이 아닌 ‘우리의 해법’을 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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