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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1-07 07:08 (토)
세종

세종 국립박물관단지, '닫힌 수장고'를 '열린 문화공간'으로 바꾼다

통합수장고·개방형 수장고·보존과학시설 구축… 미래형 박물관 모델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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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립박물관단지 개방형 수장고에서 관람객들이 소장품을 관람하고 있다(사진=행복청)

박물관을 찾았을 때 관람객이 실제로 만나는 전시품은 전체 소장품의 어느 정도일까. 박물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5%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 95%의 소장품은 박물관 깊숙한 곳에 자리한 수장고에 보관된다.

그동안 수장고는 소장품의 안전과 보존을 최우선으로 삼아 외부인의 접근을 엄격히 제한해 온 공간이었다. 하지만 최근 박물관의 역할이 단순한 전시와 보관을 넘어 소장품의 가치와 보존 과정을 국민과 공유하는 방향으로 확대되면서 수장고 운영 방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건설을 총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강주엽·이하 행복청)은 국립박물관단지에 기존의 폐쇄적인 수장고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개방·보존'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수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개별 박물관의 자료 관리 기능을 통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수장고를 국민에게 개방하고 첨단 보존과학 기술을 접목해 미래형 박물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 개별 운영의 한계 넘어… 예산과 관리 효율 높이는 '통합수장고'

행복청은 여러 박물관을 한곳에 모아 시너지를 창출하는 국립박물관단지의 건립 취지에 맞춰 박물관의 공통 핵심 업무인 소장자료 관리를 통합하는 '통합관리 모델'을 구축했다.

이는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MSC(Museum Support Center), 네덜란드의 CCNL(CollectieCentrum Nederland) 등 해외 주요 박물관 집적시설에서 운영하는 통합형 수장 체계와 맥을 같이한다.

행복청은 국립박물관단지 중심부 지하에 1차 통합수장고를 조성하고, 개별 박물관과 내부 연결 통로를 확보했다. 또한 2층형 이동식 모빌랙과 캔틸레버 수장대 등 공간 활용도가 높은 설비를 도입해 수장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소장품의 이동과 관리 편의성도 강화했다.

앞으로는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건립과 연계해 2차 통합수장고를 확충하고, 국립박물관단지 전체 소장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속·사진·필름·목재·섬유·토기·자기 등 소장품의 재질과 특성에 맞는 온·습도 제어 환경을 조성해 보존 안정성을 높인다. 아울러 소장품의 위치와 이동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물류 자동화 기술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수장 환경에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통합수장고는 단순히 5개 개별 박물관의 소장품을 한곳에 모아 보관하는 시설에 그치지 않는다. 소장품의 등록부터 보존·관리·활용까지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통합자료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자료 관리의 효율성과 정확성,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개별 박물관의 경계를 넘어 국립박물관단지 전체를 아우르는 미래형 자료관리체계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현재 국립박물관단지는 어린이박물관(2023년 12월 개관)을 비롯해 도시건축박물관(2027년 개관 예정), 디자인박물관(2029년 준공 목표), 디지털문화유산센터(2029년 준공 목표), 국가기록박물관(2030년 준공 목표) 등 5개 시설로 구성된다.

◈ 수장고의 문을 열다… 국민과 소통하는 '개방형 수장고'

통합수장고가 효율적인 자료 관리와 보존을 위한 기반시설이라면, 2025년 6월 문을 연 개방형 수장고는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공간이다.

연면적 994㎡ 규모로 조성된 개방형 수장고는 관람객이 유리창 너머로 수장고 내부는 물론 학예연구사들의 실제 업무 환경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동안 외부인의 접근이 제한됐던 수장고를 공개해 소장품의 보관과 관리 과정을 직접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소장품을 눈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존·관리 과정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방학 기간에 진행하는 '나는 꼬마 고고학자(자료 실측)', '종이의 기억, 다시 피어나다(기록물 보존처리)' 등의 체험 프로그램은 5점 만점에 평균 4.54점의 높은 만족도를 기록하며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현재는 소장자료를 활용한 나만의 자료 명세서 작성하기, 승경도 놀이 등 상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로비에는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휴게공간과 기증자의 뜻을 기리는 '기증자의 벽'을 마련해 관람 편의를 높이고 성숙한 기증 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이처럼 개방형 수장고는 소장품을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박물관의 역할과 소장자료의 가치를 국민과 공유하는 새로운 문화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대한민국 근현대유산 보존의 거점… 원스톱 '보존과학시설' 구축

국립박물관단지의 미래형 수장 체계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핵심 기반은 전문적인 보존과학 인프라다.

국립박물관단지가 보유하게 될 소장품은 토기·자기·금속·목재·종이 등 전통적인 자료뿐 아니라 건축모형, 산업유산, 디자인 자료, 플라스틱, 전자기기와 미디어 등 다양한 재질과 형태를 아우른다.

특히 근현대 소장품은 여러 재료가 결합한 복합 재질이 많아 온·습도와 빛, 오염물질 등에 따른 변화와 손상 위험을 고려한 전문적인 보존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국립박물관단지는 소장품의 상태조사부터 과학적 분석, 보존처리, 예방보존까지 전 과정을 연계하는 '원스톱 보존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보존과학시설을 단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1차 구역에는 대형·평면·소형 보존처리실과 훈증실 등을 마련해 과학적 조사에 기반한 맞춤형 보존처리를 진행하고 있다. 질소를 활용한 친환경 저산소 살충 처리도 수행해 소장품의 생물학적 손상을 예방하고 있다.

이어 2027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 2차 구역에는 첨단 장비를 활용한 정밀 과학분석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재질로 구성된 근현대 소장품에 대한 과학적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보존 관리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보존과학의 전문성을 외부로 확산하기 위한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보존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보존처리를 지원하는 한편, 청소년들이 보존처리 현장을 견학하고 근대 교과서의 세척과 보관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진로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은 '이달의 꿈길' 우수 프로그램에 선정되며 교육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앞으로도 국립박물관단지는 보존과학 인프라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홍순민 행복청 시설사업국장은 "국립박물관단지 통합수장고와 개방형 수장고는 개별 운영의 한계를 극복하고 예산과 인력의 효율성을 높인 모범적인 통합 모델"이라며 "앞으로 2차 통합수장고와 보존과학 인프라를 구축해 국립박물관단지만의 특화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국립박물관단지가 행정수도의 대표 문화시설을 넘어 차세대 박물관의 글로벌 기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립박물관단지는 이제 소장품을 단순히 보관하고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보존과 연구, 체험과 소통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통합수장고와 개방형 수장고, 보존과학시설을 축으로 한 새로운 수장 체계가 세종을 넘어 대한민국 박물관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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