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만들면 끝인가…시민 외면받는 하복대 공용주차장

청주시 중심상권의 주차난이 심각하다. 불법 주정차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주시 하복대 상권의 불법 주정차 문제는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주시는 하복대 상권의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10억 원을 들여 인근에 80면 규모의 공용주차장을 조성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실제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을 확인한 결과, 80면의 주차 공간 가운데 실제 주차된 차량은 서너 대에 불과했다. 주차장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예산 낭비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용주차장이 한산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바로 인근 유흥가에는 불법 직각주차 차량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이 때문에 왕복 4차선 도로가 사실상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아졌다. 도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이곳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통행에 큰 불편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사고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실제로 한 운전자는 하복대 일대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직각으로 주차된 불법 주차 차량들 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을 발견하고 사고를 당할 뻔했다며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렇다면 상권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조성한 공용주차장이 시민들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으로 주차요금이 꼽힌다.
해당 주차장은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며 야간에도 주차요금을 부과한다. 하루 최대 요금은 8000원이다. 낮은 물론 야간에도 요금을 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이 요금이 없는 도로변 불법 주차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공용주차장은 텅 비어 있는 반면, 주변 도로는 불법 주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인근 상인회는 불법 주정차 단속에 앞서 주차 공간 확보가 우선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청주시는 공용주차장을 조성했지만, 정작 상인들이 주차요금에 부담을 느껴 이용을 꺼리는 상황이다. 상인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주차장을 외면한다면, 주차 공간을 확보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애초 주차장을 조성할 때부터 이용자들이 부담 없이 주차할 수 있도록 요금 체계와 운영 방식 등을 면밀히 검토했어야 했다.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실제 이용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은 조성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복대 상권 공용주차장 조성 사업은 시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설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행정기관은 주차 공간을 마련했다는 사실만으로 정책의 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왜 이용하지 않는지, 어떤 불편과 부담 때문에 외면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이용자에게 외면받는 주차장은 규모가 크고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주차요금과 운영 시간, 상권의 특성, 이용자의 소비 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현실적인 운영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야간 영업이 활발한 하복대 상권의 특성을 감안해 야간 시간대 주차요금 감면이나 일정 시간 무료 운영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주시가 간과한 것은 또 있다. 공용주차장을 조성한다고 해서 불법 주정차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인 주차요금과 충분한 주차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불법 주정차에 대한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단속도 병행해야 한다. 주차 편의를 제공하는 것과 교통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다.
청주시는 이러한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차요금 감면 등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들이 공용주차장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불법 주정차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단속을 이어간다면 주차난과 교통 불편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1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주차장을 조성하고도 시민들의 외면을 받는 현실은 청주시 행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시설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고 정작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와 이용자의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행정의 한계는 마땅히 지적받아야 한다.
행정의 성과는 무엇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시민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하고, 실제 생활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청주시는 지금이라도 주차장 조성에 그친 행정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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