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군의 기본은 경계다, 기본부터 바로 세워라

분단국가에서 국가 안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국가 안보에는 단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되며, 군은 언제나 긴장감을 유지한 채 경계임무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도 최근 전방에서 민간인 여성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으로 무단 진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여성은 무단 진입 후 20여 시간이 지나서야 군에 붙잡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GOP 철책의 감지 센서까지 훼손되는 일도 발생했다.
얼마나 경계가 허술했기에 민간인의 무단 진입을 장시간 발견하지 못했단 말인가. 이번 사건은 군의 경계태세와 기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사례다. 적의 침투가 아니더라도 최전방 경계체계가 민간인의 무단 접근과 시설 훼손을 제때 막지 못했다는 점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만약 이 과정에서 민간인이 군의 경계 소홀을 틈타 북측으로 넘어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면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발견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군은 GOP 경계작전과 민통선 운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만으로는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어렵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경계임무의 구분 자체가 아니다. 민간인의 무단 진입을 왜 제때 차단하지 못했으며, 왜 발견하고 조치하기까지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느냐는 것이다.
전방에는 군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고, 곳곳에 CCTV도 설치돼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간인의 무단 진입을 적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과 감시장비의 운용 실태, 근무체계 등을 확인해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사건이 경계체계의 작동 여부와 근무 실태 전반을 철저히 점검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경계의 실패가 결국 이러한 일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민간인의 민통선 무단 진입조차 제때 파악하지 못하는 군이라면, 북한군의 침투에는 과연 얼마나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지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이번 사건만으로 적의 침투에 대한 대응 능력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전방에서 발생한 경계 실패는 그 자체로 군의 대응체계에 대한 신뢰를 흔들기에 충분하다.
군의 경계태세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실탄을 장전하지 않은 이른바 ‘빈총 경계’ 논란이 있었고, 일부 후방부대의 삼단봉 휴대 논란도 이어졌다. 각각의 사안은 당시의 작전 환경과 관련 규정, 구체적인 운용 실태를 따져 판단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가 반복해서 거론되면서 군의 경계태세 전반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필자의 군 복무 시절 경험에 비춰 보더라도 빈총으로 경계근무를 선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적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즉각 방어태세를 갖추고 대응해야 하는데, 실탄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적을 제압할 수 있겠는가. 삼단봉만으로 무장한 적의 침입을 막는다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구체적인 상황과 규정에 따라 판단할 문제이지만, 이러한 경계태세가 실제로 운용됐다는 사실 자체가 국민에게 충격과 불안감을 안겨주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남북관계는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북한은 틈만 나면 미사일을 발사하며 우리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군사적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방 경계의 허점은 더욱 큰 불안 요인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군은 북한의 위협을 과장할 필요도 없지만, 반대로 위험을 가볍게 여길 이유도 없다. 경계태세의 핵심은 적의 침투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하게 식별해 적절히 대응하는 능력에 있다.
작전의 실패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의 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경계는 군의 기본이자 국가 안보를 지탱하는 출발점이라는 뜻이다. 경계가 무너지면 아무리 훌륭한 작전계획과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더라도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단순한 민간인의 무단 진입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명확히 밝혀 책임을 물을 부분은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과 관련한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며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군사적 역량과 객관적인 조건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한 뒤 우리 군이 독자적인 작전 수행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적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정치적 일정이나 당위만으로 서둘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한국은 오랜 세월 피로 맺은 혈맹이자 안보동맹이다. 동맹에 대한 신뢰를 문제 삼기에 앞서 우리 군 스스로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국가 안보가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군이 기본적인 경계임무부터 철저히 수행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동맹의 가치도 더욱 굳건해질 수 있다.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은 분명하다. 이번 경계 실패의 원인을 투명하게 밝히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며, 실질적인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감시장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근무체계에 허점은 없었는지, 상황 전파와 대응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문제가 드러났다면 형식적인 문책이나 일회성 점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군의 경계가 바로 서야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으며 밤에도 편히 잠들 수 있다. 국가 안보는 거창한 구호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최전방에서 기본적인 경계임무를 빈틈없이 수행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번 사건이 또 하나의 논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민간인에게조차 전방 경계체계의 허점이 드러나는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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