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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1-07 07:55 (토)
데스크칼럼

겨울 준비하러 갔다가 가을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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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온 취재본부장

10월의 가을 날씨치고는 예년보다 제법 춥게 느껴진다. 아침에는 두꺼운 옷을 꺼내 입어야 할 만큼 기온이 뚝 떨어져 저절로 몸을 움츠리게 된다. 10월 28일 오전 세종은 기온이 4도까지 내려갔고, 일부 지역에서는 영하의 날씨를 기록한 곳도 있었다.


전날 뉴스에서 한파주의보가 내려질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괴산 농막을 다녀왔다. 산속에 자리한 필자의 농막은 일반 지역보다 기온이 더 낮고 해도 일찍 저문다.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기 전에 겨울나기 준비를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겨울, 미리 월동 준비를 하지 않았다가 지하수 계량기가 파열되는 일을 겪었다. 계량기가 터지면서 물이 흘러나왔고, 그 물이 얼어붙어 도로가 빙판으로 변하는 바람에 보행에도 큰 불편을 겪었다. 당시에는 지하수를 설치할 때 수도 계량기에 열선을 함께 설치했더라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 후 계량기에 열선을 설치하고 나서는 계량기가 파손되는 일 없이 겨울에도 물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한 번 겪은 불편함은 잊히지 않는 법이다.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 올해는 추위가 닥치기 전에 미리 대비하기로 했다.


먼저 수도관에 보온 덮개를 씌우고 단단히 묶어두었다. 계량기 주변에도 보온 덮개를 두툼하게 덮어 강추위에도 얼거나 파손되는 일이 없도록 꼼꼼하게 단도리를 했다. 시골에서는 계량기가 고장 나더라도 필요한 부품을 제때 구하기 어려워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생각하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막 주변까지 깨끗하게 정리하고 월동 준비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해놓았다는 생각에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심어놓은 나무들은 여전히 푸른빛을 간직한 채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반면 활엽수들은 잎을 떨구어 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엊그제 봄이 시작된 것 같은데 어느새 가을의 끝자락에 접어들었다. 산속의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칠 때면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은 산속 풍경을 한층 아름답게 물들이며 바라보는 이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준다. 깊어가는 가을, 오색으로 물든 나뭇잎은 저마다의 빛깔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붉은 물감으로 산 전체를 곱게 칠해 놓은 듯 정열적인 느낌마저 든다. 바람이 불 때마다 물 위에 비친 단풍이 흔들리는 모습 또한 신비롭고 아름답다.


괴산의 높은 산세와 기암절벽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특히 산막이옛길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청량한 바람이 콧등을 스치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고 머리마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필자의 농막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더욱 정이 가는 산막이옛길은 마음이 복잡하거나 삶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질 때면 자연스레 발길이 향하는 곳이다. 이곳을 찾아 천천히 걷다 보면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잡념도 어느새 사라진다. 나에게 이곳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마음을 치유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걷는 동안 건강도 챙길 수 있고, 괴산호를 가로지르는 주변의 아름다운 산세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와 행복을 안겨준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면서도 볼수록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하는 괴산은 어느 지역보다 마음이 끌리는 곳이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하지만, 특히 가을의 괴산은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움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했다. 농막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왠지 모르게 가벼웠다. 겨울을 앞둔 준비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에 더해, 아름다운 가을 풍경 속에서 마음까지 한결 풍요로워졌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언제든 찾아가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나만의 힐링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자연을 마주하고 걷는 소소한 시간이 일상의 활력이 되고, 다시 한 주를 기다리게 하는 힘이 된다. 괴산의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단지 오색으로 물든 산과 호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에 나의 쉼이 있고, 위로가 있으며, 삶의 작은 행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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