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시민 혈세로 떠나는 제주 연찬회,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해외연수나 연찬회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의정활동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쌓는 데 필요하다. 의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 자체를 문제 삼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일정이라면 그 시기와 목적, 추진 과정은 물론 결과까지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청주시의회가 수천만 원을 들여 베트남 해외연수를 다녀온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제주도 연찬회를 추진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연찬회는 11월 4일부터 6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에서 진행된다. 해외연수를 둘러싼 시민들의 비판과 반발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다시 대규모 연찬회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번 연찬회에는 시의원 44명을 비롯해 전문위원 7명, 의회 사무국 팀장과 직원 등 모두 69명이 참여하며, 약 6,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연찬회의 명분은 의정 역량 강화다. 의원들은 현지에서 예산안 심사와 조례 입안·심사 등에 관한 교육을 받고,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와 회수센터 등 정책 현장도 방문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일정에 우도와 섭지코지, 동문시장 등 관광·방문 일정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의정 역량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자칫 외유성 관광을 위한 일정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의정 역량 강화가 목적이라면 굳이 제주도까지 가야 하는지, 많은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연찬회에서 교육과 관광의 비중은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반복되는 연찬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적지 않다. 매번 비슷한 내용의 교육과 시설 견학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방문하는 시설과 청주시의 정책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더욱이 관광지가 포함된 연수 일정이 과연 실질적인 의정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방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해외연수나 연찬회가 아니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시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 지역 현안 해결과 정책 대안 제시, 그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의정활동에 반영하는 것이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이다.
의원들은 이러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의정활동에도 충실하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물론 의원들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리라 믿고 싶다. 그러나 시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단순히 제주도에 갔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시민을 위한 의정활동보다 의원들의 연수와 편의가 앞서는 것처럼 비친다는 점이 문제다.
연수와 연찬회의 가치는 횟수나 장소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의정활동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시민의 삶과 지역 발전에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청주지역에서도 얼마든지 교육과 정책 연구를 통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장소와 여건이 마련돼 있다. 그런데도 굳이 많은 시간과 혈세를 들여 제주도까지 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경기침체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정부 역시 재정난 속에 긴축재정에 돌입한 상황이다. 의원들은 이러한 시민들의 어려움과 지방재정의 현실이 보이지 않는 것인가. 어려울 때일수록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닌가. 내 돈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민의 세금을 마치 마음대로 써도 되는 돈처럼 여기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시민의 혈세를 사용하는 데에는 그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이 따른다.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때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필요성과 타당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 연수와 연찬회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청주시의회의 경쟁력은 연수 횟수나 방문지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내실 있는 의정활동을 펼쳤는지, 시민의 세금을 얼마나 책임 있게 사용했는지, 그리고 시민들의 삶을 얼마나 나아지게 했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청주시의회는 이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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