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하러 갔다가 추억을 담아온 괴산김장축제

찬 바람이 부는 토요일 오전, 괴산김장축제를 취재하기 위해 괴산으로 향했다. 차에 올라 온도계를 확인하니 기온은 4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 만큼 매서운 추위였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피부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평소보다 두꺼운 옷을 챙겨 입고 몸을 따뜻하게 한 뒤 세종을 출발했다.
국도를 따라 괴산으로 향하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높았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니 기분마저 상쾌해지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산과 들은 어느새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뭇잎들도 빨강과 노랑으로 곱게 옷을 갈아입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주변의 자연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모습을 보면 자연의 섭리가 참으로 신비롭다는 생각이 든다.
괴산은 업무 때문에 한 달에 네 차례 이상 찾는 곳이다. 그런데도 괴산으로 향하는 날이면 괜스레 마음이 설렌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맑은 공기, 무엇보다 후덕하고 넉넉한 사람들의 인심이 있기 때문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운전하다 보니 어느새 괴산김장축제장에 도착했다. 축제장 입구 양쪽 도로변에는 방문객들의 차량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오전 시간인데도 김장김치를 담그고 다양한 체험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축제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먼저 K-김치마켓 부스로 발길을 옮겼다. 부스 주변은 전국 각지에서 축제를 즐기고 김치를 구매하기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각 지역의 김치를 하나씩 맛보았다.
충청도와 서울·경기, 전라도 김치는 저마다 뚜렷한 맛의 차이를 보였다. 먼저 전라도 김치를 맛보았다. 짭짤하면서도 진한 양념 맛이 느껴졌고, 감칠맛 또한 풍부했다. 이어 서울·경기 지역의 김치도 한입 맛보았다. 짠맛과 단맛, 신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충청도 김치를 맛보았다. 짠맛이 지나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감칠맛이 입안에 퍼졌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김치의 맛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양념이 비교적 절제된 담백한 충청도 김치가 입맛에 잘 맞았다. 밥 한 그릇만 곁들인다면 금세 뚝딱 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매년 찾는 축제장이지만 괴산김장축제는 언제나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거리가 풍성하다. 취재를 위해 방문했지만 다양한 문화행사와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취재하는 내내 즐거움이 컸다.
이날 특히 눈길을 끈 곳은 모닥불에 구워 먹는 먹거리 체험장이었다. 관람객들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꼬치와 삼겹살, 군밤 등을 직접 구워 먹으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모닥불 주변에 퍼지는 고소한 음식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바라보고 있자니 저절로 군침이 돌고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나도 밤을 사서 모닥불에 구워보기로 했다. 밤이 타지 않도록 이리저리 굴려가며 정성껏 구웠다. 한참 시간이 지나자 밤은 노릇노릇하게 익어갔다. 드디어 한입 베어 물었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순간 어린 시절 밤을 주워 모닥불에 구워 먹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요즘에는 어디서나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옛날식 밤 굽기였다. 밤 한 알을 구워 먹는 짧은 순간, 마음은 어느새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잠시나마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추억 속에 머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코미디쇼 공연장이었다. 공연장 안에는 어르신들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무대에 오른 출연자들은 1980~1990년대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코미디언들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출연자들은 특유의 코믹한 연기와 만담 형식의 입담으로 관람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모처럼 웃음과 행복을 선사하는 시간이었다.
나 역시 공연을 지켜보며 한바탕 웃었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리고 잠시나마 행복감에 젖을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출연자들의 얼굴에는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지만,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열정만큼은 예전 그대로였다. 공연장을 나서면서도 그들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재치 있는 입담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기자생활을 해오면서 이날처럼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취재한 날이 있었을까 싶다. 취재라는 본연의 목적을 잊지 않으면서도 축제를 구경하고, 김치를 맛보고, 먹거리를 즐기며 공연까지 관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괴산김장축제는 단순히 김장을 담그고 김치를 구매하는 행사를 넘어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울리고 추억을 나누는 축제의 장이었다.
찬 바람이 불던 토요일 오전에 시작된 괴산으로의 여정은 그렇게 따뜻한 추억으로 마무리됐다. 구경도 하고, 시식과 체험도 즐기며 보낸 괴산김장축제에서의 하루. 김치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담백한 맛이 오래도록 입안에 남듯, 이날의 취재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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