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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돌아오고 골목이 살아난다…괴산 농촌상권의 작은 변화

  • 김지온 기자
  • 입력 2026.09.3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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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어탕집부터 편의점·청년점포까지…“지역 내 소비가 살아야 온기도 지속”

 

“3번 손님 들어오세요. 4번 손님도 들어오세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이렇다 할 중심 상권이 없어 대낮에도 인적이 드물던 충북 괴산군 소수면. 점심시간을 앞두고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추어탕집에는 손님이 몰리면서 분주한 풍경이 펼쳐진다.

“옛날에는 점심때가 돼도 고요하기만 했는데, 요새는 추어탕 한 그릇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몰려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요. 가게 몇 곳이 새로 들어섰을 뿐인데 동네가 시끌벅적하고 온기가 돕니다.”

소수면의 한 식당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손님의 말처럼 음식 냄새가 골목에 퍼지고, 흥겨운 대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거리의 풍경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이 같은 변화는 소수면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녁 무렵 찾은 충북 괴산군 감물면. 해가 지면 어둠과 적막이 먼저 내려앉던 골목에 편의점이 들어섰다. 도시에서는 흔한 편의점이지만, 야간에 생필품 하나를 사려 해도 읍내나 인근 지역까지 나가야 했던 감물면 주민들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면사무소 옆에 자리 잡은 주민 조합 운영 코인빨래방은 어느새 서로의 안부를 묻는 작은 사랑방이 됐다. 장을 보고 빨래를 하는 평범한 일상조차 먼 길을 나서야 했던 농촌 주민들에게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편의시설 확충을 넘어 생활 반경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골목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괴산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청안면 읍내리 일대는 군이 제1호 ‘청안맛거리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하면서 흩어져 있던 점포들이 하나의 상권으로 묶였다. 쇠퇴하던 골목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칠성면 상권에서는 군의 창업 지원을 받은 청년 사업자들이 힘을 모아 청년 사업자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손님을 연결하며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군이 최근 3년간 면 소재지 내 20여 곳에 지원한 청년 창업 지원사업이 지역 상권에 ‘희망의 씨앗’을 틔운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제 막 살아나기 시작한 골목상권의 지속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칠성면의 한 상인은 “청년들이 들어오고 상권 분위기가 분명 좋아졌지만, 인구가 계속 줄고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이제 막 돋아난 싹이 버틸 힘은 크지 않다”며 “결국 주민들이 소비할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게 살아난 온기도 오래가기 힘들다”고 지역의 절박한 현실을 호소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농촌 쇠퇴의 본질을 짚고 있다.

단순히 ‘가게나 시설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주민들의 소득 불안정과 그에 따른 ‘지역 내 구매력 상실’이 지역 상권을 위축시키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괴산군이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주민들의 손에 쥐어진 기본소득이 소수면의 추어탕집과 감물면의 편의점, 청안면의 골목상점가, 칠성면의 협동조합 매장 등 지역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진다면 골목의 점포들도 안정적으로 생업의 뿌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에 가게 하나가 생기면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사람이 동네에 머물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소수면의 추어탕 가게를 찾은 한 주민의 말처럼, 어렵게 되살린 골목상권의 온기가 일회성 변화에 그치지 않고 지역 안에서 소비와 소득이 다시 순환하는 힘으로 이어지기를 지역사회는 기대하고 있다.

가게 하나가 들어서고, 사람이 모이고, 소비가 이어지는 작은 변화들이 쌓여야 비로소 농촌 골목에도 지속 가능한 온기가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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