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정 비전 간판·집기·관용차까지 그대로 활용…CI 전면 교체 땐 30억 원 안팎 예산 절감 기대
사진은 내포신도시 홍북터널
민선 9기 충남도가 새로운 도정 비전인 '통(通)하는 충남'을 내세웠지만, 민선 8기 도정 비전인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을 담은 간판과 시설물을 그대로 유지하며 전임 도정 계승과 예산 절감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충남도청 정문 역할을 하는 북측 지하주차장 입구 왼쪽 오르막길과 내포신도시 고속·시외버스 정류소 뒤편에는 여전히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이라는 문구의 입체 간판이 설치돼 있다.
내포신도시의 관문인 홍북터널 양쪽 상단의 대형 입체 간판 역시 기존 모습 그대로 붉은 조명을 밝히고 있다.
도에 따르면 홍북터널을 비롯해 도청사와 사업소, 도로변 등에 설치된 도정 비전 간판과 구조물, 표지판, 시트지 등 72개 가운데 현재도 '힘쎈충남'을 담고 있는 시설물은 7개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보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도청과 내포신도시 주요 관문에서는 민선 8기와 9기 도정 비전이 함께 공존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새 도정이 출범하면 도지사 이·취임 사이 야간시간 등을 활용해 도청과 사업소의 도정 비전 간판을 일괄 교체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이 같은 결정은 박수현 충남지사의 '전임 도정 계승'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 지사는 취임 전 인수위원회인 '통(通)하는 충남 준비위원회' 종합보고회에서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 좋은 문구 아니냐"며 불필요한 간판 교체를 최소화하고 홍북터널의 입체 간판 등은 그대로 유지하자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일 취임사에서도 그는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출범 이후 충남도정은 지역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역사였다"며 "양승조 전 지사의 '복지충남', 김태흠 전 지사의 '힘쎈충남'은 모두 당시 도민의 시대적 요구에 응답한 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도정의 역사는 모두 존중받아야 하며, 저 역시 앞선 도정을 계승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도정 계승은 간판뿐 아니라 집무 환경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박 지사는 집무실과 접견실, 휴게실의 책상과 회의 테이블, 의자 등 대부분의 집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집무용 의자 2개만 새로 교체했다.
현재 사용 중인 집기는 2012년 충남도청 내포 이전 당시 구입한 것으로, 이후 민선 7·8기 동안 필요한 물품 26개만 추가 구입해 모두 63점을 사용하고 있다.
오랜 기간 사용하면서 크고 작은 파손이 발생했지만, 도는 도지사의 장기 출장 기간 등을 활용해 수리하며 계속 사용하고 있다.
도지사 전용 차량인 '1호차' 역시 2018년 등록한 차량으로 민선 7기와 8기에 이어 민선 9기에서도 계속 운행한다.
이와 함께 기존에 제작된 '힘쎈충남' 도정신문 포장 비닐도 폐기하지 않고 약 두 달 동안 모두 사용할 계획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전임 도정의 비전이 담긴 간판을 서둘러 철거하지 않은 것은 충청 특유의 넉넉함과 도정 계승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집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과거 형이 쓰던 물건을 동생이 물려받아 사용하는 따뜻한 미풍양속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판 철거와 재설치에만 수억 원이 필요하고, 도정 CI까지 전면 교체할 경우 약 30억 원 안팎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녹록지 않은 재정 여건 속에서 기존 시설과 물품을 최대한 활용해 도정의 연속성을 살리는 동시에 상당한 예산 절감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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