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즉흥이 아닌 체계, 위기 속에서 빛난 사전 준비의 힘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시간만큼, 땅 위에서도 연료가 새고 있다. 에어로케이항공이 주목한 것은 바로 그 지점이었다.
에어로케이는 이륙 전 지상 이동부터 착륙 후 게이트 도착까지, 운항의 모든 단계에서 연료 소모를 줄이고자 친환경 운항 절차(Green Operating Procedures)를 단계적으로 운용해 왔다. 2024년 2월, 1단계 도입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2단계까지 10가지 절감 절차를 일상 운항에 정착시킨 에어로케이는 최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으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자 준비해 둔 3단계를 즉각 앞당겨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지상에서 새는 연료부터 막는다
일반적으로 항공기는 활주로로 이동할 때 엔진 2개를 모두 켠다. 여기서 에어로케이는 엔진 1개만을 켠 채로 이동한다. 항공기 제작사의 표준절차에 따라, 1개의 엔진만으로도 안전한 지상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착 후 게이트로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다. 출발·도착을 합산하면 운항 1회당 약 80kg의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이 절차는 1단계에서 도착 시에 먼저 도입했고, 2단계부터는 출발 시까지 확대 적용했다.
게이트에 주기 중일 때도 연료 절감은 계속된다. 보통 항공기는 엔진을 끈 상태에서 기내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꼬리 부분에 달린 보조동력장치(APU)를 가동하는데, 이 장치도 연료를 소모한다. 에어로케이는 공항 또는 조업사가 제공하는 외부 전원 장치인 지상동력장치(GPU 또는 AC-GPS)로 대체해 이 연료 소모를 줄인다. 현재 국내 청주·제주·인천을 포함해 일본·베트남·중국·대만·필리핀·몽골 등 총 15개 취항지에서 적용 중이다.
하늘 위에서도 한 방울이 아깝다
지상뿐 아니라 비행 중에도 연료 절감 방법은 다양하다. 이미 1·2단계에서 정착시킨 절차들로, 착륙할 때 날개 플랩 각도를 조절해 공기 저항을 줄이고, 이륙 단계에서 잠시 기내 공조를 끄는 등의 방식으로 엔진 출력을 연료 효율에 집중시킨다. 또한 관제 당국과 협의해 최대한 직선 항로로 비행하고, 연료 소모가 가장 적은 고도를 유지하며, 착륙 전에는 엔진 출력을 최소화한 채 자연스럽게 고도를 낮추는 방식을 쓴다.
수치로 증명된 성과
이 같은 절차는 현장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지난해 7월 출발 시 엔진 1개 지상 이동을 시범 운영한 결과, 82회 시행만으로 총 2,109kg의 연료를 절감했다. 인천~나리타 노선에서는 비행 속도와 연료 탑재량을 정밀하게 조정하는 것만으로 편당 120kg을 아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항공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2~3%를 차지하는 만큼,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운항 효율화는 선택이 아닌 책임의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연료를 아끼는 이 모든 절차가 결국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유가가 오를 때 급하게 대책을 찾는 게 아니라, 평상시부터 절차를 만들고 다듬어 왔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도 바로 대응할 수 있었다"며 "연료를 아끼는 것이 곧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기도 한 만큼, 비용 효율과 환경 책임 두 가지를 함께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절차는 안전이 완전히 확보된 범위 안에서만 시행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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