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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풍선비길, 수험생 부모들의 새로운 ‘과거길’로

  • 김지온 기자
  • 입력 202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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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령산 연풍선비길 선비상 앞에서 방문객들이 수험생 자녀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고 있다

충북 괴산군 연풍면 조령산의 연풍선비길에 수능을 앞둔 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장원급제를 꿈꾸던 선비들이 이 길을 넘었다면, 오늘은 부모들이 아이의 합격과 평안을 기원하며 손을 모으는 ‘현대의 과거길’이 열렸다.

학부모 김모(52)씨는 “아이보다 제가 더 떨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기운을 전해주고 싶습니다.”라며 두 손을 모았다. 향 사이로 단풍잎이 떨어지고, 작은 돌탑 위에는 ‘수능 잘 치러 무사히 합격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가 올려졌다. 옛 선비들의 장원급제를 비는 마음과 오늘의 수험생 부모 마음이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연풍새재는 괴산군과 경북 문경을 잇는 백두대간 고갯길로, 조선시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의 길이다.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을 넘으면 ‘죽처럼 미끄러진다’는 속설 때문에 합격을 꿈꾸던 선비들이 이 길을 선택했다고 전해진다. 박문수 등 유명 선비들이 이 길을 넘어 합격 소식을 전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황톳길 위를 천천히 걸으며 선비상을 마주한 부모들은 자연스레 아이의 땀과 시간을 떠올린다. 한 학부모는 “예전에는 아이의 점수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마음이 평안하길 먼저 바라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수백 년 전 장원급제를 기원하던 선비들의 길 위에서, 오늘의 부모들은 아이의 합격과 평안을 기도한다. 연풍새재의 바람은 그렇게 세대를 넘어 ‘부모의 길’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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