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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의 가을, 햇살 아래 주홍빛이 익다

  • 김지온 기자
  • 입력 2025.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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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풍면 곶감 덕장에서 만난 농부의 손끝과 바람의 조화


사진은 괴산군의 한 농가에서 감을 곶감 덕장에 걸고 있다.

햇살이 따사로운 가을날,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한 곶감 덕장에는 주홍빛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정성껏 껍질을 벗기고 한 줄 한 줄 엮은 감들이 가을 바람에 흔들리며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그 풍경은 그 자체로 ‘가을의 정수(精髓)’다.

이미 잘 익은 감들은 나무 아래 풀밭에 떨어져 있고, 그 속에서는 달콤한 술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덕장 곳곳에 감도는 단내가 코끝을 간질이고 침샘을 자극한다.

올해는 폭우와 폭염, 가뭄이 번갈아 닥치며 농사가 녹록지 않았지만, 탐스럽게 익은 감들은 마치 농부의 수고에 답하듯 가지마다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감이 곶감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가지째 잘라 덕장에 매달아야 한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고된 작업이다. 농민 오성태 씨는 “감 한 알이 입에 들어오기까지 허리, 어깨, 팔이 성한 데가 없어요”라며 웃었다.

하루 종일 팔을 들어 가위로 감을 따내는 일은 인내의 연속이다. 그러나 덕장에 스며드는 햇살 한 줄기와 그 위로 부는 바람은 그 수고를 위로하듯 부드럽게 감싸준다.

햇볕과 바람,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어우러진 괴산의 가을은 따뜻하고 고요하다. 껍질이 마르고 속살이 투명해질수록 농민의 얼굴에도 흐뭇한 안도감이 번진다.

“감이 제대로 말라야 곶감이죠. 햇볕이 잘 들어야 하고, 바람이 고르게 불어야 해요.” 오 씨는 잘 마른 감 하나를 들어 보이며 미소 지었다.

덕장마다 늘어선 감들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한 해의 결실이자, 다음 해를 기약하는 약속이다. 괴산의 가을은 이렇게 농부의 손끝에서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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