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연/시인.수필가
우리나라 속담에 상놈이 가마 타면 종(노비)을 앞세우고 싶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모두가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스스로 품위를 지키려는 자존심과 욕심이 한결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존심이 없으면 천박해 보이고 사람의 가치가 저하되어 겸손하다고 여기지 않고 무식한 부류의 사람으로 평가받기 쉽다.
자존심은 영국의 격언, 자존심은 악마의 정원에 피는 꽃이란 말처럼 맑은 미덕의 원천이 될 수 있으며, 허영심은 거의 모든 악덕과 못된 버릇의 원천이 될 수 있다.
허영심은 사람을 수다스럽게 하고 자존심을 침묵하게 한다. 자중자애(自重自愛)란 말 속에 스스로 자기 자신을 중히 여기는 자중은 자기의 언행을 신중하게 한다. 그러면서 또한 자애는 윤리적으로는 자기보존·자기주장의 본능에 따르는 감정으로 제 몸을 스스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다소 지나치면 거만스러운 행동으로 여겨지지만, 인간의 몸을 바로 세우는 데는 반드시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한 철학자는 자존심은 어리석은 자가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라고 했지만, 자부심은 어떤 일에 대해서 스스로 자기의 가치나 능력에 대하여 자신을 가지는 것으로 항상 타인의 감탄에 의해서 강화되는 특성이 있다.
때로는 자존심(自尊心)이 예의의 관계에서는 필수적인 것이며 도덕과 윤리의 뼈대가 되고 바탕이 된다. 자존심은 그처럼 우리들에게 질투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또한 그 질투심을 녹이는 구실도 하여 권위로 인한 질서에도 한몫을 한다. 인간의 마음은 알아서 깨닫는 지각(知覺)이 있어 사물을 만져보기도 전에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촉각과 짐작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것은 바로 육신(肉身)과 마음의 촉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한순간에 자존심이 붕괴되는 경우도 생긴다. 배고프고, 아프고, 추우면 인간의 본성은 결함을 충족시키려는 본능이 생겨 모든 것을 무시하고 죄의 길로 굴러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유행하는 말로, ""자존심이 밥 먹여 주나라는 말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제일 정의롭고 선(善)하며, 남과의 비교를 꺼려하고 자기 우선주의로 살아간다. 자기주장의 하나인 고집(固執)과 아집(我執)은 자기 의견을 굳게 내세워 우기는 성미로, 지나치면 고집불통이 되어 융통성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생겨 화합을 해치는 불화의 불씨가 된다. 대개의 경우 자존심 강한 사람이 고집(固執)이 세다고 할 수 있다.
딱딱한 나무는 부러진다는 말처럼 강한 것이 오래 가지는 못한다. 돌 같은 치아는 썩어도 물렁물렁한 혀는 썩지 아니한다. 사람의 성격도 이와 같이 강직한 사람보다는 유순(柔順)한 성격의 소유자를 더 존경(尊敬)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고집(固執)이 자주 실책을 낳고, 고집과 혐오는 가까이 맞붙어 다니며, 바보와 죽은 사람만이 자기의 주장을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정열은 나이와 함께 사라져도 자존심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자존심 때문에 말(馬)에서 떨어진 사람이 이렇게 말(言)했다는 말(言)이 있다. 내리려고 하던 참이야.
무엇이든 마찬가지지만, 자존심(自尊心)과 고집(固執)은 지나치면 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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