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취재본부장
사무실에서 한참 기사를 쓰고있는데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이 괜찮으면 함께 점심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마침 선약이 없었던 터라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지인은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한 한식뷔페 식당의 주소를 알려주며 약속한 시간에 맞춰 오라고 했다.
취재 기사를 마무리하고 약속 시간이 되자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는데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벌써부터 음식 맛이 궁금해졌다.
지인과 나는 커다란 접시에 밥을 담고 돼지두루치기를 비롯해 호박무침, 두부무침, 콩나물무침, 파무침 등 다양한 반찬을 골고루 담았다. 반찬 가짓수를 어림잡아 세어 보니 20여 가지는 족히 돼 보였다. 그중에는 평소 내가 좋아하는 반찬도 많았다.
식탁에 마주 앉은 우리는 음식을 나누며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주고받았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함께해서인지 밥맛이 더욱 좋았다. 반찬 하나하나가 정갈했고 입맛에도 딱 맞았다. 음식을 맛보는 동안 주인장과 종업원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런데 지인이 귀띔해 준 밥값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1인당 6,000원이라는 것이다. 요즘처럼 물가가 치솟는 시대에 반찬이 20여 가지나 되는 한식뷔페를 6,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니, 선뜻 믿기지 않았다. 이 가격으로 식당을 운영하면서 손님을 맞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요즘은 라면 한 그릇도 부담 없이 먹기 어려울 만큼 외식 물가가 올랐다. 웬만한 백반 한 끼를 먹으려 해도 1만 원은 내야 하는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곳의 6,000원이라는 가격은 몇 년 전 물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저렴하게 느껴졌다. 가격만 싼 것이 아니었다. 음식 맛도 훌륭했고, 푸짐한 반찬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만족감은 더욱 컸다.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근 공장 근로자들은 물론 주변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고 한다. 식당 안을 가득 메운 손님들의 모습은 이곳이 왜 사랑받는지 짐작하게 했다.
이 집에는 또 하나의 별미가 있다. 바로 잔치국수다. 따뜻한 육수에 국수를 말아 넣고 김가루와 잘게 썬 김치를 얹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국물의 따뜻함과 김치의 새콤한 맛이 어우러져 입안에 감돈다. 한입 맛보니 예전 어머니가 해주시던 잔치국수가 떠올랐다.
잔치국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맛에 절로 젓가락이 빨라졌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국수를 후루룩 들이켜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비어 있었다. 국수까지 먹고 나니 배가 든든했다. 밥과 반찬에 별미 국수까지 곁들이니 제대로 된 점심 한 끼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후식으로 빵과 수정과를 즐겼다. 수정과는 시원하면서도 달콤해 식사의 마무리로 제격이었다. 6,000원이라는 가격에 이렇게 푸짐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지인이 왜 굳이 이 식당으로 나를 불렀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처음 방문한 식당이었지만 음식 맛과 푸짐한 인심, 부담 없는 가격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앞으로도 가끔 찾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마음껏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이런 식당이 우리 주변에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생각지도 않게 지인 덕분에 착한 식당을 알게 됐고, 맛있는 음식으로 배까지 든든하게 채웠으니 그날 점심은 여러모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식당을 한 번 더 돌아봤다. 정겨운 간판과 식당의 분위기에서 어머니가 차려 주시던 집밥의 온기가 느껴졌다.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정성스럽게 차린 반찬과 따뜻한 국수 한 그릇에는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문득 다음에 찾아오면 어떤 반찬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6,000원으로 맛본 푸짐한 한 끼는 단순히 저렴한 식사를 넘어, 오랜만에 느껴 보는 집밥의 정취와 따뜻한 인심까지 선물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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