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그 어느 때보다 팍팍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 보니 평소보다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며 어떻게든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처럼 서민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북지역 일부 기초의회가 월정수당을 15~18%까지 두 자릿수로 인상하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도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청주시의회는 당초 월정수당 14.1% 인상을 요구했다가 심의 과정에서 7% 인상으로 조정됐다. 진천군의회는 15%가 넘는 인상안을 꺼내 들었고, 또 다른 의회는 18% 인상안을 잠정 결정하기도 했다. 공무원 봉급 인상률이 3.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폭의 인상이다.
일부 서민들은 봉급이 오르기는커녕 삭감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실정이다.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서민과 노동자, 자영업자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장사가 되지 않아 매출이 크게 줄면서 임대료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하루하루 버티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주민을 대표한다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자신들의 보수부터 큰 폭으로 올리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과연 주민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의정비 현실화와 의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민생 상황에서는 쉽게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오히려 궁색한 변명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과거 지방의회 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이후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유급제로 전환됐다. 그렇다면 유급제로 전환된 이후 지방의원들의 역량과 의정활동이 그만큼 향상됐는지 주민들에게 먼저 물어봐야 한다. 과연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지방의회가 그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는 의정비 인상에 앞서 그동안 주민들에게 어떤 성과를 보여줬는지부터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지난 7월 새로운 의회가 출범한 이후 불과 몇 달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월정수당부터 올리려는 것은 주민들의 어려움을 제대로 헤아리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주민의 머슴을 자처하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자신들의 주머니부터 채우겠다는 발상 자체가 적절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라면, 서로 고통을 분담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이 상식이다.
물론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을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충분한 의정활동과 전문성에 대한 평가, 그리고 주민들의 공감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 인상부터 추진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처사다.
더욱이 지방세수 감소와 인구소멸, 재정 악화로 인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축소하거나 복지예산까지 조정하는 상황이다. 지자체 곳간이 넉넉하지 않아 허리띠를 졸라매며 사실상 비상사태에 가까운 재정 운용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의원들의 의정비만 대폭 올린다면 주민들이 이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적어도 지금처럼 민생이 어려운 시기라면 지방의회가 고통 분담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주민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주민을 대표하는 지방의회의 책임 있는 자세다.
지방의원들은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선출직 공직자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직장이 아니라 주민의 뜻을 대변하는 대의기관의 구성원이다. 따라서 월정수당 인상 역시 단순히 의원들의 요구만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주민들의 눈높이는 물론 지역경제 상황과 지방재정 여건, 그동안의 의정활동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지금 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해줄 정책과 따뜻한 손길이지, 의원들의 두 자릿수 의정비 인상이 아니다.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때에 자신들의 보수부터 큰 폭으로 올리겠다는 지방의회의 모습은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지방의회의 권위는 의정비의 액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어려움을 얼마나 이해하고, 주민을 위해 얼마나 일했느냐에서 나온다. 지금이야말로 지방의원들이 자신들의 주머니가 아니라 주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먼저 돌아봐야 할 때다. 진정 주민의 대변자이자 일꾼이라면 의정비 인상보다 고통 분담을 선택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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