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조직화되고 있어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들의 꾐에 넘어가지 않기란 쉽지 않다. 특히 검찰청이나 경찰,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경우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로 비일비재하다.
필자 역시 몇 년 전 검찰청을 사칭한 사기범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다. 자신을 “검찰청 ○○검사”라고 소개하며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통화 내용을 차분히 들어보니 보이스피싱이라는 감이 왔다.
상대의 말투에서는 어딘가 어색함이 느껴졌고, 목소리 또한 조선족 억양과 비슷했다.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한 덕분에 큰 피해 없이 통화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렇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지인 역시 최근 검찰청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의 행태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더니, 이후 카카오톡으로 문자 폭탄을 보내며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한다. 결국 견디다 못해 휴대전화 번호까지 변경해야 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특히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정부와 관계 기관이 다양한 예방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보이스피싱으로 부모가 전 재산 3억 원을 송금했다는 사연이 올라와 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글을 올린 아들 A씨는 “어머니에게서 전 재산을 날렸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검찰청을 사칭한 사기범이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돈을 보내라고 했고, 은행에서 어떤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까지 세세하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하게 한 뒤 악성코드를 설치해 자금을 빼갔다고 한다.
사기범의 치밀함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평생 모은 거액 3억 원을 의심 없이 송금했을까. 돈이 빠져나간 뒤라면 이를 되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피해는 단순히 금전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한 가정이 무너지고, 남은 가족들은 깊은 상처와 절망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보이스피싱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누구나, 그리고 내 가족 역시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가급적 받지 말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면 즉시 통화를 끊은 뒤 자녀나 주변 사람, 또는 경찰에 확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물론 막상 현실에 부딪히면 판단력이 흐려져 사기범의 말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 이 범죄의 가장 무서운 대목이다.
더 이상 보이스피싱으로 억울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생겨서는 안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이스피싱 사전 차단 서비스의 의무화 등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정부와 관계 기관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의 일상과 재산을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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