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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을 지켜주는 진짜 친구

  • 김지온 기자
  • 입력 2025.12.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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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온 취재본부장

필자는 일 때문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 대부분은 취재를 위해 만나는 경우이지만, 때로는 개인적인 친분이나 일로 만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두 가지 유형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며 과시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전자는 존경의 대상이 되지만, 후자는 ‘참 못된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오늘 필자는 그런 배려의 마음을 가진 친구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바로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와 그의 친구 루소 이야기다.


밀레는 ‘만종’, ‘이삭 줍기’ 같은 대작을 남긴 화가이지만, 젊은 시절에는 그림이 잘 팔리지 않아 늘 가난했고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궁핍하게 살았다. 어느 날, 밀레가 집에 있는 동안 친구 루소가 찾아왔다. 루소는 당시 아주 잘 나가는 유명 화가였다. 그는 밀레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국인 한 명이 자네 그림을 사고 싶어 하더군. 돈도 준비했으니 내가 골라 올게.”


밀레는 너무나 기뻐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고, 기쁨에 어쩔 줄 몰랐다. 그러나 이 기쁨 뒤에는 루소의 따뜻한 배려가 있었다. 루소는 밀레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자신의 돈으로 그림을 사고, 밀레에게는 마치 미국인이 직접 고른 것처럼 말했다.


몇 년 후, 밀레도 루소처럼 유명한 화가가 되었다. 어느 날 밀레는 오랜만에 루소를 만나고 싶어 그의 집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밀레는 깜짝 놀랐다. 거실 벽에는 미국인에게 팔린 자신의 그림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밀레는 그 순간 루소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마음을 쏟았는지 깨달았다. 자존심을 지켜주고 진심으로 도와준 친구, 그것이 바로 루소였다. 요즘 같은 세상에 과연 루소 같은 친구가 몇이나 될까? 아마 눈을 씻고 찾아봐도 드물 것이다. 오히려 상대의 자존심을 짓밟고 ‘내가 그림 하나 사줄게’ 하며 거만을 떨 사람은 많을지 모른다.


리더에게는 추진력, 카리스마, 결단력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덕목은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루소처럼 상대를 포용하고 존중하는 사람이 많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따뜻하고 행복한 곳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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