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공론의 중심에 섰다. 이번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 이 사안이 이념을 넘어선 정책적 합의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보수 진영에서 지역 경쟁력 강화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먼저 제안한 정책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진보 성향의 대통령이 이를 국정 차원에서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보수가 문제를 제기하고, 진보 대통령이 이를 받아 국정 의제로 확장하는 장면은 흔치 않다. 이는 갈등과 대립의 정치가 아니라, 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의 정치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이념을 넘어선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라면, 이제 공은 현장으로 넘어와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으로 가장 적합한 영역이 바로 교육이다.
오늘날 교육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지속가능성의 핵심 축이다. 유엔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지속가능한 사회 운영의 기준으로 제시했고, UNESCO는 ESD(지속가능발전교육)를 통해 교육이 사회 전환을 이끄는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 4.7은 모든 학습자가 지속가능성, 인권, 평화, 세계시민성을 배우도록 교육이 설계되어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교육이 더 이상 이념의 도구가 아니라, 사회 통합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국제적 합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교육정책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구조적 기회다. 대전은 과학기술과 연구, 고등교육의 중심지이고, 충남은 기초·중등교육과 지역 밀착형 교육의 현장성을 축적해 온 지역이다. 두 지역이 하나의 행정체계로 연결될 경우, 초·중등교육부터 고등교육, 연구와 진로까지 이어지는 통합적 교육 생태계를 설계할 수 있다.
환경(E)의 측면에서는 과학기술 기반의 탄소중립 교육과 기후위기 대응 교육이 가능해지고, 사회(S)의 측면에서는 도시와 농촌,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완화하는 실질적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 지배구조(G)의 측면에서도 광역 단위 교육행정은 정책 중복을 줄이고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ESG 원칙을 교육행정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행정통합의 성패는 결국 누가, 어떤 철학으로 교육을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ESG·ESD·SDG 4.7은 선언이나 간단한 보여주기식 조례로 끝나서는 안 되며, 교실과 학교 운영 속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 변화는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교육의 언어로 논의되어야 한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보수가 제안하고, 진보 대통령이 적극 수용 의사를 밝힌 드문 사례다. 이제 그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교육계가 먼저 환영하고, 주도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면, 이념보다 책임이 앞서야 한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교육에서 시작될 때 비로소 사회 통합의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에 이 변화는 지금, 교육이 먼저 환영해야 할 변화다.
ⓒ 경충일보 & www.kcilbo.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데스크칼럼]세계를 경험하는 교육이 미래를 만든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현대사회는 글로벌 시대다.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세상과 접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외에 나가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라는 ‘우물 안’에 머물러서는 넓은 세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 역시 교실 안에서 지식을 배우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 -
[데스크칼럼]“사람은 본 만큼 생각하고, 경험한 만큼 꿈꿀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아이들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아직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꿈이 없는... -
6,000원의 행복, 이 정도면 감동이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사무실에서 한참 기사를 쓰고있는데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이 괜찮으면 함께 점심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마침 선약이 없었던 터라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지인은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한 한식뷔페 식당의 주소를 알려주며 약속한 시간에 맞춰 오라고 했다. 취재 기사를 마무리하고 ... -
[데스크칼럼]행정수도 특별법,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지어야
김지온 취재본부장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이라는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지역 정가는 물론 시의회와 시민단체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상호 세종시장 역시 이... -
[데스크칼럼]의정비 인상, 시민이 납득할 근거가 먼저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각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크게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청주시의회 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7%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의회는 당초 내년도 월정수당을 14.1% 인상해 달라고 의정비심의위원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의정비심... -
[데스크시각]상가공실 발상을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충청권 상가 공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 상가시장에 적색불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게 문을 닫은 빈 점포가 늘면서 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