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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에세이] 옻닭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하루

  • 김지온 기자
  • 입력 2025.12.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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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온 취재본부장

토요일, 집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는데 지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옻닭이나 한 번 먹자”는 제안이었다.

 

마침 별다른 일정도 없던 터라 집사람과 함께 시골에 있는 지인의 댁으로 향했다. 마당에 들어서자 가마솥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장작을 때며 닭을 삶고 있는 모습이 정겨웠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닭의 크기였다. 토종닭이라더니, 이렇게 큰 닭은 처음 보는 듯했다.

 

지인은 두 시간가량 푹 삶았으니 이제 먹어도 된다며 솥뚜껑을 열었다. 닭에는 옻나무뿐 아니라 은행, 대추 등 여러 재료가 들어가 있었고, 국물은 진하고 깊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닭다리 하나를 집어 뜯어보니, 역시 토종닭은 달랐다. 고기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했고, 입안에서 넘어가는 느낌이 참 좋았다. 웬만한 백숙 전문점보다 훨씬 맛있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혼자 먹으면 그 맛이 반감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럿이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먹으니 맛이 배가되었다. 배가 불러도 젓가락은 자꾸만 닭고기를 향했다. 거기에 집에서 담갔다는 술을 한 잔 곁들이니, 고기 덕분인지 술맛도 한결 부드러웠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나도 두 잔 정도는 자연스럽게 마시게 되었다.

 

오랜만에 마신 술이라 잠시 머리가 핑 도는 듯했지만, 든든히 먹어서인지 이내 괜찮아졌다. 이날의 술은 취하려고 마신 술이 아니었다.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니 기분이 좋아져 자연스레 곁들인 술이었다. 술은 과하면 탈이 나지만, 적당하면 어색함을 풀어주고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윤활유가 되기도 한다.

 

옻닭과 소주잔을 사이에 두고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그중에는 말을 참 맛깔나게 하는 지인도 있어,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어느새 해가 기울어 있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람과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집에만 머물면 텔레비전이 유일한 말벗이 되기 쉽다. 대화 상대가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외롭고 고독한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몸도 움직이며, 취미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행복한 노후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이날 함께한 지인들은 모두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었지만, 마음만큼은 청춘이었다. 생각도 열려 있고, 음식도 잘 드시고 술도 적당히 즐길 줄 아는 모습에서 건강한 삶의 힘이 느껴졌다. 나와는 나이 차이가 있지만, 친구 같기도 하고 형님·누님 같기도 해 전혀 부담이 없었다.

 

우연히 마련된 자리였지만, 함께 음식을 나누며 보낸 이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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