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얼마 전 필자는 청주에서 열리는 소년소녀가장 돕기 장학금 전달식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았다. 행사는 A목사가 주관하고 있었고, 부대행사로 지역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며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따뜻하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는 조용한 감동을 남겼다.
A목사는 이번 행사뿐만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묵묵히 사랑을 실천해 온 인물이다. 늘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모습에서 ‘따뜻한 목사’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행사를 마친 뒤 A목사는 필자에게 자신이 쓴 책 한 권을 건넸다. 제목은 『장발장 목사 스토리』. 솔직히 말하면 그때까지는 “그저 그런 신앙 간증서겠지”라는 생각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 뒤 시간을 내 책을 펼친 순간, 표지에서부터 시선이 멈췄다. 빨간 표지 위에 실린 A목사의 사진, 그리고 그 아래 큼지막한 문구.
‘빵을 훔치다 소년원에 잡혀간 것을 시작으로…’
‘감옥살이 22년 6개월’
‘전과 9범, 사형수 출신’
선하고 인자해 보이던 A목사의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문장이었다. 충격적이었고,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졌다.
두 살 때 친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와 갈등을 겪다 열세 살에 가출한 이야기, 소매치기 조직의 왕초 아내와의 사랑, 빚 때문에 섬으로 팔려간 창녀 누나를 구해낸 사연, 그 과정에서 벌어진 살인미수 사건과 교도소 수감 생활,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빵을 훔쳤다가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 이야기까지….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인생이었다.
그는 절도와 폭력, 마약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소년원과 교도소를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독방에 갇혀 지내던 시간 동안 삶에 대한 희망도, 내일에 대한 기대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감옥이었다. 어느 날 한 목사가 교도소를 찾아와 복음을 전했고, 그 만남을 통해 그는 처음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그는 평생 지은 죄를 속죄하며 살아가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심은 말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2008년 목사 안수를 받고 교회를 개척했다. 그리고 지금은 과거 자신이 갇혀 있던 그 감옥을 다시 찾아 재소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 있는 이들을 향해 손을 내미는 삶이다.
어릴 적부터 악행을 일삼으며 살아온 사람이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A목사의 인생은 한 편의 ‘회개의 드라마’이자, 인생 역정 그 자체다.
전과 9범의 범죄자이자 사형수였던 그는 지금도 매일 회개하며 기도한다고 말한다. 과거 자신의 잘못으로 상처 입은 이들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나마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빵 한 조각을 훔치던 소년은 이제 사랑을 나누는 목사가 되었다. 그의 삶은 묻는다. 사람은 과연 변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용서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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