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21세기는 흔히 스피치의 시대, 자기 PR의 시대, 웅변의 시대라고 말한다. 말만 잘해도 어디를 가든 인정받고, 최소한 밥 굶을 걱정은 하지 않는 세상이다.
중국 당나라에서는 관리를 선발할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네 가지 기준을 중시했다. 몸가짐, 말씨, 글씨, 그리고 판단력이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 사회 역시 이 네 가지를 여전히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고 있다.
과거에는 성적만 좋으면 회사 입사가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실력은 기본이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언변, 논리적인 글쓰기 능력, 순간을 읽는 판단력까지 갖춘 인재를 원한다.
필자의 지인 중 공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공직에 입문한 지도 어느덧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은 사무관, 심지어 서기관으로 승진했지만 그는 아직도 6급 주무관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 차례 승진 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뒤로 그는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졌고 자신감도 잃어버린 상태였다.
필자는 그 이유가 무엇일지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원인은 생각보다 분명했다. 그는 말을 할 때 상대를 보지 않고 시선을 엉뚱한 곳에 둔 채 이야기하는 습관이 있었다. 대화란 상대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바라보며 해야 한다. 그래야 말에 힘이 실리고, 상대도 귀 기울여 듣게 된다.
게다가 그는 목소리가 작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으며, 가끔 말이 더듬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면접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의 승진 실패에는 바로 이 ‘말하기 능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필자는 그에게 솔직하게 조언했다. 필기시험을 아무리 잘 봐도 자신감 있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면 면접관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고 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의 지도를 받거나, 스피치 관련 책을 읽고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서 자주 말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했다.
말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남들이 유창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으로 머릿속이 하얘지고 준비했던 말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단에 서보는 것이다. 작은 모임이라도 인사말을 자청해보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을 피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처음에는 말이 꼬이고 횡설수설해 스스로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러나 좌절하지 말고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고 유창하게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현대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인구는 늘어나며, 인간관계의 양상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그만큼 제한된 시간 안에 논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평소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두서없는 말보다는 중심이 선 말, 산만한 말보다는 조리 있는 말, 융통성 없는 말보다는 재치 있는 말이 필요하다. 위기에 몰렸을 때 흥분하기보다 여유와 기지로 상황을 풀어가는 말 한마디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이러한 능력을 갖춘 사람은 험난한 사회를 보다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고, 결국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존재가 된다.
“I can do it.”
하루에 열 번씩, 큰 소리로 외쳐보자. 말은 연습할수록 힘을 얻고, 그 힘은 결국 우리의 인생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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