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지난해 필자는 아내와 함께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모처럼 둘만의 시간이었고, 3박 5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보고 느끼고 즐긴 것이 많은 여행이었다.
여러 여행지를 둘러보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단연 호이안 바구니 배 체험이었다. 그날따라 비가 유난히 많이 내려 ‘과연 배를 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먼저 도착한 관광객들이 빗속에서도 웃고 떠들며 바구니 배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용기를 냈다.
순서가 되어 코코넛 빌리지에서 바구니 배에 올랐다. 야자수가 빽빽이 늘어선 수로를 따라 투본강까지 이동하는 코스였다. 배가 생각보다 작아 혹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라앉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바구니 배에는 뱃사공 한 명과 필자 부부, 이렇게 세 사람이 탔다. 막상 타보니 의외로 안정감이 있었고, 어린 시절 냇가에서 고무다라에 올라 물장구치던 추억이 떠올랐다.
뱃사공은 처음 만난 우리를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서인지 유독 더 친절하고 정성스럽게 대해주는 느낌이었다. 투본강으로 향하는 동안 그는 능숙한 솜씨로 노를 저으며 한국 트로트를 불러 흥을 돋웠다. 언제 한국 노래를 배웠는지 궁금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강 한가운데에는 바구니 배로 만든 작은 무대가 있었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뱃사공이 우리 가요 ‘뿐이고’를 한국 사람보다 더 정확한 발음과 리듬으로 부르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놀랐다. 마치 한국 가수가 무대에 오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관광객들은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고, 어떤 이는 무대에 올라 몸을 흔들며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뱃사공이 열정적인 공연을 펼칠 때마다 여기저기서 팁이 건네졌다. 필자도 작은 금액이지만 관람료라 생각하고 2달러를 팁으로 건넸다. 폭우 속에서 즐기는 여행은 불편함보다 운치와 재미가 더 컸다.
또 다른 뱃사공은 우리 일행을 보자 바구니 배를 빙글빙글 돌리는 묘기를 선보였다. 마치 팽이가 물 위에서 도는 듯한 모습에 관광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그는 더 빠르게 배를 돌리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아마도 투본강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일 것이다.
쇼를 마치고 다시 코코넛 빌리지로 돌아오는 길, 뱃사공은 60대와 70대가 섞인 우리 일행을 향해 연신 “이뻐, 이뻐”를 외쳤다. 정말 그렇게 느껴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이 무척 귀엽게 느껴졌다.
작은 체구로 쉼 없이 노를 젓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필자라면 몇 미터도 가지 못하고 포기했을 텐데, 그는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묵묵히 노를 저었다. 그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뱃사공은 이동 내내 “힘내!”, “대한민국!”, “박항서!”를 외치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빗소리와 웃음소리, 그리고 그의 외침이 어우러져 잊지 못할 장면을 만들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다소 불편함은 있었지만, 호이안의 바구니 배 체험은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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