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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인턴 앞에 군림한 권력, 국민 앞에 설 수 있는가

  • 김지온 기자
  • 입력 2026.01.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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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온 취재본부장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된 이혜훈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전 의원이 국회의원 재직 당시 인턴 직원을 상대로 상습적인 폭언과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이 전 의원이 의원 시절,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기사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턴 직원을 질책한 통화 녹취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다. 해당 녹취에는 “대한민국 말도 못 알아듣느냐”, “아이큐가 한 자리냐”,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는 등의 고성과 폭언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소위 공인이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신분의 사람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을 내뱉었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리 화가 나고 언짢았다고 해도, 결코 해서는 안 될 말들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섬뜩한 말을 쏟아낸 상황에서, 인턴 직원이 느꼈을 공포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당시 그는 국민을 대표해 일하며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런 사람이 입에 담기 힘든 저급한 표현으로 직원을 몰아붙였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을 안긴다. “아이큐가 한 자리냐”, “죽였으면 좋겠다”는 말은 친구 사이에서도 농담으로조차 허용되기 어려운 표현이다. 인턴을 직원이 아닌 마음대로 대해도 되는 존재로 여기는 왜곡된 권위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설령 인턴 직원에게 업무상 미흡한 점이 있었다 하더라도, 폭언과 갑질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차분하게 설명하고 지도하는 것이 상급자의 책임이다. 인턴은 배우는 위치에 있으며, 서툴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소리를 지르고 극단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은 모습은 사회 지도층 인사의 언어라고 보기 어렵다.

 

말 한마디에는 그 사람의 인격과 품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입에 담기 어려운 천박하고 경솔한 말을 내뱉은 인물이 국가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 나가서는 새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이번 통화 녹취를 통해 드러난 이 후보자의 인품은 장관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낳고 있다. 실제로 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까지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통령 역시 국익과 국민 눈높이를 고려한다면 문제 많은 인사에 대한 지명 철회가 마땅하다.

 

만약 이번 녹취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면, 이러한 인성 문제는 그대로 묻혔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라도 진실이 드러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후보자는 더 이상의 논란을 키우기보다 스스로 결단을 내려 후보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책임일 것이다.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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