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도시 생활만 하다 낯선 농촌에서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텃밭을 일구고, 이웃과 인사를 나누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삶은 인생 이모작으로서 충분히 값지다. 바쁘게만 흘러가던 시간이 천천히 걸음을 늦추는 경험이기도 하다.
나 역시 나이가 들면 고향에 작은 집 하나를 지어, 주말마다 내려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품어왔다. 늘 마음속에만 있던 그 다짐이, 이제야 현실이 되었다.
필자의 고향인 괴산 산막이옛길 인근에 미니 블랙 하우스를 짓고, 며칠 전부터 세종과 괴산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준비부터 준공까지 서너 달이 걸렸고, 장마철에 공사를 시작하는 바람에 시간은 더 길어졌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말 공사가 마무리되었고, 마침내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생각이 복잡해질 때, 글이 쉽게 풀리지 않을 때면 이곳으로 내려올 예정이다. 시원한 에어컨을 켜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명상 같은 시간을 누리고 싶다.
블랙 하우스 옆에는 몇 년 전 심어둔 에메랄드 그린 나무들이 있다. 작은 묘목이었던 나무가 어느새 내 키만큼 자랐다. 잡초를 뽑아주고, 거름과 약을 주며 정성껏 돌본 덕분인지 한 그루도 빠짐없이 잘 자라주었다.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람도, 나무도 관심과 보살핌 속에서 자란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괴산은 산세가 아름답고 조용해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주변에는 명산과 계곡, 둘레길이 곳곳에 있어 걷는 즐거움이 크다. 블랙 하우스에서 가까운 산막이옛길에는 연하협 구름다리가 놓여 있다.
충청도 양반길과 산막이옛길을 잇는 이 다리는, 괴산호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리를 건너다 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서서히 풀리고,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코스도 완만해 트레킹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부담이 없다.
조금만 이동하면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이 있다. 오전 시간에 찾으면 물안개가 몽환적으로 피어오르고, 5월에는 초록빛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가을이 오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들이 또 다른 풍경을 선물한다.
이밖에도 갈론구곡, 쌍곡계곡, 칠보산, 성불산 자연휴양림, 화양구곡 등 괴산은 사계절 내내 볼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충북은 물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부러워할 만한 곳에 나만의 작은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다. 앞으로는 지인들을 초대해 건강차를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삼겹살을 구워 소박한 술잔을 기울이며 각자의 삶의 궤적을 이야기하고 싶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언제나 소중하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큰 기쁨이다. 길지 않은 인생,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자연처럼 담담하고 단단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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