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사교육비 부담에 학부모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때 사교육의 중심이 영어와 수학이었다면, 최근에는 체육 과목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줄넘기, 배드민턴, 농구 등 학교 체육 수행평가를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이 방학마다 성행하고 있다.
세종 지역의 한 체육학원은 방학을 맞아 ‘예비 중1 줄넘기 수행평가반’을 별도로 개설했다. 중·고교에서 수행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르다 보니, 학부모들은 방학 동안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성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아이를 학원으로 보낸다. 한 학부모는 “줄넘기와 배드민턴 성적이 좋지 않아 방학 동안 다닐 체육학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체육 사교육은 체력 증진이나 돌봄 공백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행평가 점수와 특목고 진학을 염두에 둔 조기 교육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체육이 건강과 즐거움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성적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통계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체육 사교육비는 2020년 1조5861억 원에서 2024년 3조2948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 학생 1인당 체육 월평균 사교육비는 5만4000원으로, 국어(4만2000원)나 사회·과학(2만 원)보다도 높았다. 일반 교과목을 넘어 체육 과목까지 사교육이 확산되면서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비용 부담만이 아니다. 체육 사교육은 교육의 형평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의 학생만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어 체력과 기술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이는 ‘모두를 위한 신체 활동’이라는 체육의 본래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건강 증진, 협동심, 인성 함양을 목표로 해야 할 체육이 점수와 기록 경쟁에 매몰되면서 또 하나의 입시 과목으로 전락할 위험도 안고 있다.
교육 현장의 변화도 필요하다. 학교 체육 수업의 내실화를 통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다양한 종목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시설과 기자재를 확충하고, 학생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수행평가 기준을 결과 중심에서 참여도와 과정 중심으로 개선한다면, 체육 사교육에 대한 불안과 의존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나치게 수동적인 방식으로 아이를 교육하는 것은 주체성과 자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체육마저 점수 경쟁의 틀에 가두는 교육 방식이 과연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체육 사교육은 단기적인 운동 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체육 교육의 본질을 흐리고,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는 한계를 지닌다. 이제는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모든 학생이 즐겁고 건강하게 참여할 수 있는 체육 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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