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요즘 들어 유난히 날씨가 춥다. 해마다 겨울을 겪지만, 올해는 유독 매서운 날이 잦은 듯하다. 기후가 변하면서 눈을 보는 일조차 흔치 않게 되었고, 그 사실이 왠지 모르게 아쉽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어린 시절의 겨울 풍경이 떠오른다.
눈이 오면 동네 비탈길에서 비닐푸대에 짚을 넣어 썰매를 타던 기억, 논에 물을 가두어 꽁꽁 얼린 뒤 하루 종일 미끄러지며 놀던 장면이 머릿속에 선명하다. 당시에는 놀거리가 많지 않았기에 썰매는 최고의 놀이였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얼음 위를 질주하던 그 시간들이, 지금 돌아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하지만 요즘 시골에서도 그런 풍경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세상은 훨씬 편리해졌고, 겨울 놀이 역시 실내 스케이트장처럼 안전하고 정돈된 공간으로 옮겨갔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이것 또한 시대가 만들어낸 변화일 것이다.
필자의 세컨하우스가 있는 괴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걸어서 오르면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비포장길이라 차로 이동할 때도 쉽지 않지만, 저단 기어를 넣고 천천히 오르다 보면 울퉁불퉁한 길마저 묘한 스릴로 다가온다.
눈이 소복이 쌓인 날, 이 길에서 비닐푸대 썰매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온다면 얼마나 상쾌할까. 다시 한번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 괜스레 기대해 보지만, 아직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올해는 과연 썰매를 탈 수 있을지 조심스레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기대와 함께 걱정도 따른다. 지난해 겨울에는 혹한을 견디지 못한 수도 계량기가 두 차례나 파손되는 일이 있었다. 산속이라 도심보다 기온이 낮다 보니, 계량기가 터지면서 물이 마을 아래까지 흘러내려가는 아찔한 상황도 겪었다.
그래서 올해는 추위가 오기 전부터 대비를 철저히 했다. 바깥 수도와 계량기 보관함에 보온 덮개를 두껍게 씌우고 열선까지 설치했다. 덕분인지 계량기와 수도관은 무사했고, 물도 잘 나왔다. 자주 찾지 못해 늘 마음 한켠이 불안했는데, 오늘 직접 확인하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올겨울은 무난히 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집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 뒤, 양지바른 곳에 앉아 잠시 풍경을 감상했다. 소나무를 제외한 나무들은 잎을 모두 떨군 채 앙상하게 서 있어 다소 을씨년스러웠지만, 따뜻한 햇살이 몸을 포근히 감싸 주었다. 코끝으로 스며드는 상쾌한 공기는 가슴을 탁 트이게 했고, 눈앞에 펼쳐진 군자산의 산세는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다.
언제 보아도 싫증 나지 않고, 볼수록 매력을 더해 가는 괴산의 자연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선물 같다. 도시의 탁한 공기와 분주함을 벗어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니, 삶의 활력이 서서히 되살아난다. 오늘도 이 아름다운 자연을 가슴에 담고 돌아오는 길, 마음 한켠이 유난히 따뜻했다.
BEST 뉴스
-
[데스크칼럼]세계를 경험하는 교육이 미래를 만든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현대사회는 글로벌 시대다.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세상과 접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외에 나가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라는 ‘우물 안’에 머물러서는 넓은 세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 역시 교실 안에서 지식을 배우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 -
[데스크칼럼]“사람은 본 만큼 생각하고, 경험한 만큼 꿈꿀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아이들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아직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꿈이 없는... -
6,000원의 행복, 이 정도면 감동이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사무실에서 한참 기사를 쓰고있는데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이 괜찮으면 함께 점심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마침 선약이 없었던 터라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지인은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한 한식뷔페 식당의 주소를 알려주며 약속한 시간에 맞춰 오라고 했다. 취재 기사를 마무리하고 ... -
[데스크칼럼]행정수도 특별법,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지어야
김지온 취재본부장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이라는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지역 정가는 물론 시의회와 시민단체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상호 세종시장 역시 이... -
[데스크칼럼]의정비 인상, 시민이 납득할 근거가 먼저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각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크게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청주시의회 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7%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의회는 당초 내년도 월정수당을 14.1% 인상해 달라고 의정비심의위원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의정비심... -
[데스크시각]상가공실 발상을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충청권 상가 공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 상가시장에 적색불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게 문을 닫은 빈 점포가 늘면서 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