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체포 방해 등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16일,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전직 대통령에게 내려진 중형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그 자체로 한국 헌정사에 묵직한 흔적을 남겼다.
재판부가 특히 중대하게 본 대목은 2023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적 위법성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일부 국무위원에게만 국무회의 소집을 통지했고, 그 결과 다수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이 사실상 박탈됐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대통령에게 부여된 막강한 권한이 헌법이 요구하는 통제 절차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재판부는 이를 엄중하게 지적했다. 권한 행사의 결과보다도, 그 과정이 헌법적 틀을 이탈했다는 점이 판결의 핵심으로 읽힌다.
경호처를 동원한 행위에 대한 판단 역시 날카로웠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 통화 기록을 은폐하도록 지시한 행위에 대해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위반 교사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또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두 차례에 걸쳐 경호처 인력, 차벽 설치, 병력 동원 등으로 조직적으로 저지한 행위 역시 중대한 범죄로 인정했다.
법원의 영장 집행을 물리력으로 가로막는 장면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장면이었고, 재판부 역시 이를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으로 평가했다.
판결문에는 강한 어조의 문장이 적지 않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차적 통제를 무시했다”며,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사실상 사병처럼 동원해 법원의 영장 집행을 방해한 행위는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범죄”라고 밝혔다. 단순한 위법 판단을 넘어,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갖는 책임의 무게를 분명히 환기한 대목이다.
다만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허위 공문서 행사죄와 외신을 상대로 한 허위 공보 지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초범이라는 점과 일부 범행에서의 소극적 가담을 참작했다고 설명하면서도, 범행의 중대성과 반성 없는 태도를 고려할 때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형량 판단 과정에서도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이 결코 감경 사유로 작용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판결 직후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향후 공정하고 중립적인 재판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을 “정치화된 판결”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써 사건은 항소심과 상고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1심에서 징역 5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된 만큼, 향후 재판에서 어떤 법리 다툼이 펼쳐질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재판은 한 전직 대통령의 유·무죄를 가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권력의 정점에 섰던 인물이 헌법과 법률의 경계를 어디까지 넘었는지, 그리고 사법부가 이를 어떻게 판단하고 기록하는지가 고스란히 남는 과정이다. 더 나아가 내란 관련 혐의를 포함한 후속 재판의 결과는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실제로 어디까지 작동하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사법의 시간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 결론을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이 유난히 무거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BEST 뉴스
-
[데스크칼럼]세계를 경험하는 교육이 미래를 만든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현대사회는 글로벌 시대다.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세상과 접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외에 나가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라는 ‘우물 안’에 머물러서는 넓은 세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 역시 교실 안에서 지식을 배우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 -
[데스크칼럼]“사람은 본 만큼 생각하고, 경험한 만큼 꿈꿀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아이들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아직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꿈이 없는... -
6,000원의 행복, 이 정도면 감동이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사무실에서 한참 기사를 쓰고있는데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이 괜찮으면 함께 점심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마침 선약이 없었던 터라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지인은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한 한식뷔페 식당의 주소를 알려주며 약속한 시간에 맞춰 오라고 했다. 취재 기사를 마무리하고 ... -
[데스크칼럼]행정수도 특별법,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지어야
김지온 취재본부장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이라는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지역 정가는 물론 시의회와 시민단체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상호 세종시장 역시 이... -
[데스크칼럼]의정비 인상, 시민이 납득할 근거가 먼저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각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크게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청주시의회 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7%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의회는 당초 내년도 월정수당을 14.1% 인상해 달라고 의정비심의위원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의정비심... -
[데스크시각]상가공실 발상을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충청권 상가 공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 상가시장에 적색불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게 문을 닫은 빈 점포가 늘면서 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