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취재를 위해 세종의 한 갤러리를 찾았다. 전시가 목적이 아니라, 이곳에서 열리는 원데이 커피 클래스 때문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갤러리 특유의 고요한 공기 속에서 한 사람이 먼저 나와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임주원 강사였다. 강의에 사용할 도구와 재료는 이미 말끔하게 준비돼 있었고, 공간은 차분하면서도 단정했다. 마치 오늘 이 시간이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돼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참가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우자 수업은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임 강사는 커피에 대한 어렵지 않은 이론과 실습을 곁들이며 강의를 이어갔다. 커피의 정의부터 좋은 커피를 고르는 방법, 나라별 커피 문화까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그의 설명은 시원스럽고 유쾌했다. 말 속에는 여유가 있었고, 설명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귀를 쫑긋 세운 채 강의에 몰입했다.
“평소에 그냥 마시기만 했던 커피를 다시 보게 됐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취재를 하러 왔지만, 어느새 수업의 한 참가자가 되어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날의 클래스가 단순히 ‘커피를 배우는 수업’에 머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수업은 커피를 통해 감각을 열고, 잠시 멈춰 쉬어가는 시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전시 작품이 놓인 갤러리 공간에서 커피의 향과 여운에 집중하며 직접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보았다.
조용한 전시장에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은, 갤러리의 차분한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일상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춰주었다. 바쁘게 흘러가던 시간도 그 순간만큼은 잠시 멈춰 선 듯했다.
임주원 강사는 말했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닙니다. 재료를 고르는 순간부터 추출 과정,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향과 여운까지 하나의 흐름을 가진 문화죠. 이 과정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과 닮아 있습니다.”
한 참가자는 핸드드립을 직접 해본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손목 스냅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균형과 흐름이라는 설명이 인상 깊었어요. 회화나 캘리그래피 작업과도 닮은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취재를 마치며 나 역시 커피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됐다.
식사 후 커피는 어느새 우리의 일상이 됐다.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커피 한 잔 하실래요?”라고 묻는다. 이 짧은 인사말 속에는 만남과 대화, 휴식과 공감이 함께 담겨 있다. 커피는 그렇게 우리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문화였다.
커피의 본질은 어쩌면 맛보다 향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분위기,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에 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임 강사가 했던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저는 사실 커피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대학에서 커피를 가르치고 있죠. 커피가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이어 덧붙인 말이 더 오래 남았다.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도, 커피 향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그 말처럼 커피는 누군가에게는 취향이 아닐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기억과 감정, 그리고 쉼의 순간으로 남는다.
그날 갤러리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은 오래도록 향으로 남아, 마음 한편을 천천히 데워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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