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어.”
청년 시절에는 시간이 참 더디게 흘렀다. 하루가 길고, 지루했고, 왜 이렇게 세월이 안 가는지 답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보니 정반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느새 해가 지고,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어쩌면 이것이 나이를 먹었다는 가장 솔직한 증표일지도 모른다.
세월은 나이만큼의 속도로 흐른다고 한다. 특히 60대 이후가 되면 그 속도는 더 빨라진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 앞에서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해질 때도 있다. 가는 세월을 꽁꽁 묶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고민이 따라온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멋있을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귀찮다고 집 안에만 머물면 몸도 마음도 빠르게 늙는다. 대화할 상대가 줄어들고, 심심함과 외로움이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친구들과 어울려 걷고, 파크골프를 치고, 땀을 흘리며 웃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건강도 다지고, 삶의 즐거움도 되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는 마음을 살찌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듯, 사람들과 어울려야 정보도 늘고 말도 는다. 말은 하지 않으면 금세 굳어버린다.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났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린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말할 상대가 없다면 동물이나 사물을 놓고 혼잣말을 해도 좋고, 주제를 정해 말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말은 쓰지 않으면 잊히기 마련이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도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매주 산에 오르는 사람, 자전거로 바람을 가르는 사람, 동호회를 만들어 탁구를 치는 사람, 그림을 그리며 예술 감각을 키우는 사람까지 그 모습은 참 다양하고도 생기 있다. 취미는 삶에 활력을 주고, 행복과 건강을 함께 데려온다.
필자가 아는 한 지인은 독서를 무척 좋아한다. 시간이 나면 도서관을 찾아 시집, 수필, 인문서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골라 읽는다. 그는 말하곤 한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바쁘고, 삶이 힘들고, 책이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독서하는 사람을 보면 참 보기 좋고 아름답다. 책을 통해 지식은 물론, 새로운 세상과 생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는 어휘력을 키우고, 말과 글의 바탕을 단단하게 만든다. 사람들을 만났을 때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고, 사고력과 기억력도 키워준다.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살며 귀찮다는 이유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인생은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소식을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책을 가까이한다. 김형석 교수는 백 세가 넘은 지금도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건강 관리와 꾸준한 자기 성찰이 만든 노익장일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맞는 말이다. 멋진 인생은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남은 시간을 생기 있게 채우기 위해 한 걸음 내디뎌보는 것은 어떨까. 세월은 빠르지만, 그 안을 채우는 삶의 밀도는 우리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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