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까 하고.
어떤 사람은 늘 자기 몫부터 챙긴다. 손해 보는 일은 철저히 피하고, 모든 판단의 기준은 오직 하나다. 이게 나에게 이득이 되는가.
또 어떤 사람은 굳이 자신의 이익이 걸려 있지 않아도, 남이 잘되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 상대가 앞서 나가는 것만으로도 불편해지고, 조용히 발목을 잡는다.
반면, 세상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주변의 온도를 조금씩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과연 어떤 부류에 가까운 사람일까.
로마의 역사학자 폴리니는 “소금 없이는 문명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처음 들었을 때는 다소 과장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 말을 곱씹을수록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금은 늘 우리 곁에 있으면서도 그 존재를 자주 잊게 되는 물건이다. 그러나 단 하루만 없어도 밥상은 금세 허전해진다.
예로부터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 이상의 의미를 지녀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악귀를 쫓는 데 쓰였고, 태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소금물로 몸을 씻겨 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생명과 육체를 보호해 준다는 믿음 때문이란다.
모로코에서는 어두운 길을 지날 때 소금을 몸에 지니고 다녔고, 아랍 사람들은 소금을 함께 나눈 이를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여겼다. 소금을 나눈다는 것은, 곧 마음을 나누는 일이었을 것이다.
왜 하필 소금이었을까.
아마도 소금은 스스로를 녹여 사라지면서도 다른 것의 맛을 살려주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해내는 존재. 그것이 소금의 본모습이다.
몇 해 전, 지인의 소개로 한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 강연자는 매번 “소금 같은 사람이 되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비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몇 번 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마음속에 쌓여 있던 피로와 긴장이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강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괜히 발걸음이 가벼워졌던 기억이 난다. 특별히 무언가를 배운 것은 아니었는데, 마음 한켠이 편안해졌다. 아마 그 사람은 말로 가르치기보다, 소금처럼 조용히 자신의 삶을 녹여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돌이켜보면, 내가 살아오며 고마웠던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사람들이었다. 큰소리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고, 힘들 때 묵묵히 곁에 있어 주었다. 말없이 도와주고, 티 나지 않게 배려해 주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그들의 존재가 얼마나 컸는지 깨닫게 된다.
만약 이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없다면 어떨까.
각자 자기 몫만 챙기느라 바쁜 세상은 금세 메말라 버릴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소금이 되어 주지 않는 사회는,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맛을 잃은 음식처럼 공허할지 모른다.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군가의 삶에 작은 소금 한 줌이 되어 주고 있는가.아니면 아직도 녹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소금은 사라져야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증명한다.
사람도 어쩌면 그런 존재가 아닐까.
조용히, 묵묵히,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BEST 뉴스
-
[데스크칼럼]세계를 경험하는 교육이 미래를 만든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현대사회는 글로벌 시대다.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세상과 접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외에 나가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라는 ‘우물 안’에 머물러서는 넓은 세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 역시 교실 안에서 지식을 배우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 -
[데스크칼럼]“사람은 본 만큼 생각하고, 경험한 만큼 꿈꿀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아이들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아직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꿈이 없는... -
6,000원의 행복, 이 정도면 감동이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사무실에서 한참 기사를 쓰고있는데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이 괜찮으면 함께 점심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마침 선약이 없었던 터라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지인은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한 한식뷔페 식당의 주소를 알려주며 약속한 시간에 맞춰 오라고 했다. 취재 기사를 마무리하고 ... -
[데스크칼럼]행정수도 특별법,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지어야
김지온 취재본부장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이라는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지역 정가는 물론 시의회와 시민단체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상호 세종시장 역시 이... -
[데스크칼럼]의정비 인상, 시민이 납득할 근거가 먼저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각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크게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청주시의회 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7%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의회는 당초 내년도 월정수당을 14.1% 인상해 달라고 의정비심의위원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의정비심... -
[데스크시각]상가공실 발상을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충청권 상가 공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 상가시장에 적색불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게 문을 닫은 빈 점포가 늘면서 공...




